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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 연봉 142억원 NBA 선수 합류...8강 진출에도 웃지 못한 허재 감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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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된 필리핀 조던 클락슨(오른쪽) [AP=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된 필리핀 조던 클락슨(오른쪽) [AP=연합뉴스]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암초를 만났다.

16일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몽골을 108-73으로 대파하고 8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허재 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8강에서 격돌할 것이 유력한 필리핀 대표팀에 현역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조던 클락슨(26·1m96㎝)의 합류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16일 몽골과 경기 후 만난 허재 감독은 "우리가 불리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 맞다"며 "클락슨의 합류로 필리핀 대표팀 전체의 사기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NBA는 그동안 클락슨의 아시안게임 출전 불허 방침을 고수해 왔다. NBA는 소속 선수의 국제 대회 참가를 올림픽, 월드컵, 대륙선수권 본선과 예선으로 한정해 왔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까지 나서 NBA를 설득한 끝에 15일 클락슨의 아시안게임 출전이 전격 성사됐다.

클락슨은 미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보유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소속으로 지난 시즌(2017~18시즌) NBA 81경기에 출전해 평균 13.9점, 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14~15시즌 NBA에 데뷔해 4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꾸준히 활약 중이다. 2018~19시즌 연봉은 1250만 달러(약 142억 원)에 달한다.

당초 필리핀은 아시안게임 참가 자체가 불투명했다. 지난달 초 호주와 농구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난투극을 벌여 국가대표 10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6일 다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고, 클락슨의 합류까지 끌어냈다.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몽골의 경기에서 허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8.8.16/뉴스1

1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대한민국과 몽골의 경기에서 허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8.8.16/뉴스1

클락슨은 16일 조별리그 D조 필리핀-카자흐스탄전이 열리는 경기장을 찾았다. 필리핀은 클락슨을 18일 열리는 대회 개회식 기수로 결정했다. 클락슨은 21일 열리는 중국과의 D조 2차전부터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인 전력은 중국이 필리핀에 앞선다. 사실상 D조 1위 결정전이 될 이 경기 패자는 한국과 8강전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6일 뒤인 22일 태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펼친다. 대표팀 맏형 허일영은 "클락슨의 합류로 위협이 되지만 신경 쓰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허재 감독은 "2차전을 치르고 6일 뒤에 3차전이 잡혀있는 데다 8강전은 오전 10시 배정됐다. 클락슨 합류에 일정까지 엉망"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 8강전부터는 매 경기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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