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여기 있어요" 일본서 실종된 두 살 소년, 3일 만에 숲에서 무사히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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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골 마을에서 실종됐던 만 2세 아이가 3일 만에 산 속에서 무사히 발견됐다. 아이는 벌레에 물린 자국 몇 개를 빼곤 상처 하나 없는 건강한 모습이어서 ‘기적적인 생환’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12일 동네서 실종 …560m 떨어진 산에서 구조 #70시간 가까이 굶어, 개울 물 마시며 버틴 듯 #의료진 "건강 상태 양호, 놀라운 생명력" 감탄

실종 3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발견된 요시키군. [사진 일본 야마구치현경 제공]

실종 3일 만에 건강한 모습으로 발견된 요시키군. [사진 일본 야마구치현경 제공]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5일 오전 7시쯤 야마구치(山口)현 스오오시마(周防大島) 마을 인근 산 속에서 3일 전인 12일 오전 행방불명됐던 두 살 소년 후지모토 요시키(藤本理稀) 군이 수색 팀에 의해 구조됐다. 요시키를 발견한 자원봉사자 오바타 하루오(尾畠春夫·78) 씨는 “오전 6시 무렵부터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산 속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언덕 아래 쪽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요시키 군은 작은 개울 앞 바위 위에 앉아 있었으며, 자신을 찾는 오바타 씨에게 “나, 여기(일본어로 ‘보쿠, 코코(ぼく、ここ)’”라고 또렷하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당시와 같이 반팔 티셔츠에 수영복 반바지, 샌들 차림이었던 아이는 오바타 씨가 다가가 사탕을 건네자 와그작 소리를 내며 급하게 씹어 먹었다.

아직 아장걸음을 걷는 요시키 군이 실종된 것은 12일 오전 10시 30분쯤. 스오오시마 마을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놀러 와 있던 아이는 할아버지, 한 살 위 형과 함께 해수욕을 하러 바다로 향했다. 집에서 100m쯤 떨어진 지점에서 요시키 군이 “집에 가고 싶다”고 했고, 할아버지가 잠시 방심한 사이 혼자 집으로 되돌아가다 실종됐다. 이후 140여 명의 경찰과 구조팀이 인근 마을과 해변가 등을 3일 간 수색했으나, 아이를 찾지 못했다.

요시키 군을 발견한 자원봉사자 오바타 하루오 씨. [사진 일본방송 화면 캡처]

요시키 군을 발견한 자원봉사자 오바타 하루오 씨. [사진 일본방송 화면 캡처]

요시키 군이 발견된 곳은 마지막 목격 지점에서 560m 떨어진 산 속으로, 경찰은 집을 찾지 못한 아이가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기간 자원봉사로 실종자 수색을 해 왔다는 발견자 오바타 씨는 “아이들은 길을 잃으면 아래 쪽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위로 올라간다. 아이가 지났을 만한 길을 따라 오르며 찾은 것이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요시키 군의 두 번째 생일은 지난 13일이었다. 아들의 생일을 눈물로 보낸 어머니 후지모토 미오(藤本美緒·37) 씨는 “아들을 찾은 기쁨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무더운 날씨에 고생한 경찰과 소방관, 지역 주민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수분 보충 없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약 72시간, 이후에는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아이의 경우 몸 속의 절대적인 수분 함량이 적기 때문에 더 빨리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 날씨가 섭씨 33도까지 올랐지만 산 속이라 비교적 서늘했고, 작은 개울이 있어 수분 보충에 문제가 없었던 점을 요시키 군의 생존 이유로 보고 있다. 의료진은 “놀라울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다. 생존 본능이 아주 뛰어난 아이”라고 감탄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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