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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서 사장까지…매형덕에 벼락출세|"사업하겠다"누나졸라|땅짚고 헤엄치기 장사|지난5월 은행서 등돌리자 「재벌놀음」마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5공 7년동안 온갖 특혜와 비리로 벼락출세·며락치부를 한 전두환·이순자일족 중에서도 이창석씨(37)는 단연「귀공자」이다.
51년생인 이씨는 이규동가의 1남3녀중 막내이자 외동아들로 이순자씨의 막내동생.
서울 중동고와 광운전자공대 전기과를 졸업한 뒤 경기도 오산의 아버지소유농장에서 1년가량 수박농사를 짓기도 했다. 75년1월 매형인 전두환씨의 부탁으로 박정희씨의 조카 박재홍씨가 경영하던 동양철관(주)에 동력기사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공채가 아닌 특채였기 때문에 대리승진이 오히려 6개월 늦는등 지극히 평범한 사원에 불과했던 이씨는 보안사령관이 된 매형의 덕으로 79년 영업과장으로 승진했다. 12·12를 거쳐 매형이 대권을 잡으며 하루아침에 신분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기획실장에서 계열사인 동양철강 이사로 오른뒤 상무·전무를 거쳐 83년 부사장이 됐다. 불과 2년여만에 사장 박씨에 이은 2인자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같은해 7월 (주)동일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독립한다. 『이제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누나에게 졸랐다고 한다. 이씨의 사업은 처음부터 특혜로 출발했다.
포항제철이 45%, 동양철관이 45%를 출자하고 이씨는 10%를 출자하는 형식으로 회사가 만들어졌다. 이씨는 소주주였지만 사장에 취임, 경영권을 장악했다.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로 돈을 벌어 85년말까지 동양철관의 지분을 자신과 친척등의 명의로 모두 액면가에 인수해 완전한 사주가 됐다. 동일의 생산품목은 철관·강관·코일등으로 포철에서 재료를 받아 다시 포철과 광양제철에 파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
거래는 모두 독점수의계약으로 이루어졌다. 포철에서 받는 원자재인 등외품은 포철이 불량품에 대비해 만든 잉여생산품이거나 규격이 잘못 잘라진 급외품등으로 시중에 나올때는 값이 싸 이를 공급받는 것 자체가 당시 업계에선 「아무나 가질수 없는 대단한 이권」으로 여겨졌었다.
경영수완에 관계없이 잘 될수 밖에 없던 이 회사는 자본금 20억원으로 츨발해 1년만인 84년 2백4O억원, 85년 5백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초고속 성장을 해 업계의 화제가 됐다.
자신감(? 을 얻은 이씨는 84년6월 운송회사인 동일통상(주)을 세웠고 85년엔 수입오퍼상인 동일인터내셔널과 컴퓨터회사인 동일데이타시스팀을 설립, 재벌(?)놀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동일인터내셔널은 섬유류를 수출하고 연간 2O만t의 석탄과 용접재등을 수입, 역시 포철등에 납품해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86년4월에는 서울역삼동에 연건평 5백27평의 창원빌딩을 지어 부동산 관리 임대회사인 창원총업을 설립하기도 했는데 건물준공식때 현직 장관과 재계인사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대기업을 본떠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명분으로 10억원의 기금을 출연, 아버지 이규동씨의 아호를 딴 성강문화재단을 만들었는가 하면 제주 서귀포신시가지 주변에 임야3만평을 구입, 레저산업진출을 계획하는등 이씨의 재벌놀이는 점입가경이었다.
그러나 이씨와 관련된 특혜비리 소문이 퍼져 나가 주위의 시선이 점차 따가와지자 이씨는 「정리」를 시작한다. 86년말 주력기업인 (주)동일을 포철에 팔았다.
매도액은 싯가를 기준으로해 액면가로 사들였던 주식지분의 차액 30억윈을 남겨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특혜배려라는 지걱이다. 데이타시스팀도 처분했다.
그러나 이씨는 미국유학등의 주변 권유를 물리치고 다시 창원강업이라는 볼트·너트등 철물제조회사를 차렸다. 공장이 준공된것은 지난3월. 그러나 이미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빚을 얻어 지은 공장에 당초 70억원예산보다 1백억이나 더 돈이 든데다 은행들도 더이상의 대출을 거부해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이씨는 끝내 지난5월 부산파이프에 회사를 넘겨 「재벌놀음」을 마감해야했다.
특혜온상에서 사업흉내를 내오다 특혜없는 실전에 부닥치자 단번에 백기를 들고만 셈.
눈치를 보며 다가오는 기업인들이 줄을 섰으나 청탁에는 까다로운 편이어서 또다른 자형 홍순도씨가 반월외버스터미널 이권에 개입하려하자 가족회의를 열어 제동을 걸기도 했다고한다.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시며 적당히 어울리는데 익숙했고 나름의 「귀족의식」이 강해 회의를 하면 듣기보다 혼자 말하고 결정하는 식이었고 수시로 조직개편을 하며 조령모개식 지시로 인사와 업무추진에 일관성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76년 평범한 교육자 집안의 홍정녀씨(36)와 결혼해 1남1녀를 두고있으며 최근에는 다른 친척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지내왔다. <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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