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국회 특활비 폐지 … 정부기관 전체 개혁으로 이어져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국회 특수활동비가 없어질 모양이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어제 특활비를 완전히 폐지하기로 합의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유지는 하되 양성화하는 쪽으로 우회하려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할 수 없이 전면폐지로 후퇴한 것이지만, 문희상 국회의장 말대로 “의정사에 남을 만한” 일인 것은 사실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인정한 것처럼, 특활비가 “우리 사회의 기득권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의 일면”이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던 까닭이다. 권위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기득권을 과감히 떨쳐야 할 탈권위 시대의 국회의원들이 단물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가정 살림’이 ‘특수 활동’이 되고, “집에 생활비로 줬다”는 말이 당 대표의 입에서 나오는 기막힌 촌극이 빚어지게 된 것이다.

국익 차원의 의원 외교나 국회 발전을 위한 의원 연구모임 등 ‘가욋돈’이 필요한 상황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특수활동비라는 모호한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용처를 명시한 ‘활동비’를 사무처에 청구해 사용한 뒤 사후 심사를 받는 방식이 돼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도 정당한 사용이지, 무조건 없애라는 게 아니다. 국회의장단이 16일 발표한다는 구체적 방안 역시 그렇게 돼야 한다.

국회 특활비 폐지가 진정 의정사에 남을 일이 되려면 그것이 국가정보원·청와대·검찰·경찰을 비롯한 행정부와 사법부의 특활비 제도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국회 특활비는 국가 전체의 특활비 중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규모를 떠나서 국민 대표의 특활비만 개혁하고 정부기관의 특활비는 그대로 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참에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특활비 전체를 손봐,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의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그런 것이 바로 적폐청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