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하류층 될 사람 공통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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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90%가 하류로 전락한다
후지이 겐키 지음
이혁재 옮김, 재인

딸이 어머니에게 묻습니다. "내 루이뷔통 핸드백 어디 있어요?"

어머니는 샤넬 핸드백을 들고 외출하라지만 딸은 그건 어제 멘 것이라고 짜증을 냅니다. 브랜드 명품으로 치장한 이들은 상류층인가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를 들고 어디 산(産)인지, 몇 년도 산(産)인지 감식안을 과시하는 신사는 상류층일까요, 중류층일까요?

국제정치를 전공한 이 책의 저자는 '하류 마인드'를 가진 중류층이라고 단언합니다. 진정한 상류층은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빨간 색 핸드백'이라 말하고, 와인도 단지 '레드' 또는 '화이트'라고만 주문해도 척척 알아서 입맛에 맞는 와인을 대령한다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국제 뉴스엔 관심이 없다, '개성적'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TV 오락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프로 야구나 축구팀 중 응원하는 팀이 있다, 공무원이 가장 안정된 직업이라 믿는다, 재테크 서적을 잘 본다 등 하류로 떨어지는 사람들의 공통점도 제시합니다. 이런 하류 마인드 체크 포인트 20개 중 11개 이상에 O표를 하면 틀림없이 하류로 떨어진다네요.

물론 상류.하류란 재산이 기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하고, IT가 진척될수록 사회의 양극화는 필연적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지은이는 이런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면서 양극화는 필연적 대세라고 겁을 줍니다. 또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대부분이 하류로 전락하는데 문제는 한번 하류로 떨어지면 다시는 계급 상승이 어려울 거라고도 합니다. 뜨끔했습니다.

해법으로는 학력 쌓기를 제안합니다. 학력(學歷)이 아니라 학력(學力)입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경쟁하게 되는 만큼 특정 나이에 한 번의 시험으로 국내의 일류 대학 진학 여부가 결정되고, 이것이 성공의 보증수표가 되는 사회는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답니다. 그러면서 개성과 자율을 중시하는 일본의 '여유교육'을 일신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입니다.

듣기 거북한 소리도 합니다. 사회의 격차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세습이나 학연 등 능력 이외의 것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갈린다면 말입니다. 근대 이후 민주주의도 격차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고 '법 앞의 평등'을 위한 것이었다고도 지적합니다.

본래 이 책은 본래 국가개조론이랄까, 거시적인 안목을 담은 것입니다. 하지만 양극화 논란이 뜨거운 요즘 그 실체를 알아보고, 고등학생쯤 되는 자녀들에게 권할 만하다 싶어 골랐습니다. 당연히 '샐러리 맨이 아니라 비즈니스 맨이 되라' 등 글로벌화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방 10가지도 있습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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