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소유 회사 빼고 상호출자기업 신고한 조양호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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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관련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처남의 가족 등이 지분의 대부분을 소유한 회사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조 회장을 고발하고, 미편입 기간 동안 부당 지원이나 사익편취 행위가 없었는지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5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지난 7월 5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공정위가 적발한 한진그룹의 미신고 계열사는 태일통상·태일캐터링·청원냉장·세계혼재항공화물 등 4곳이다. 4개 회사의 매출액은 합계 연 300억원 정도다. 이중 태일통상은 1984년 대한항공과 거래를 시작해 지금까지 기내용 담요, 슬리퍼 등 객실 용품을 납품해왔다. 조 회장의 처남 이모 씨와 그의 아내 홍모 씨, 또 따른 처남 이모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조 제1호에 따라 태일통상은 한진의 계열회사에 해당하지만 조 회장은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997년 설립된 태일캐터링은 대한항공과 진에어에 기내식 식재료를 납품해왔고, 세계혼재항공화물은 대한항공 항공평으로 물류를 운송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다.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간 상호 출자 및 채무 보증이 금지되고, 비상장 계열사의 공시 등 여러 의무 조항을 지켜야 한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에게 계열회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 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 제출을 요청한다. 이 자료를 허위로 제출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그러나 조 회장은 4개 회사와 처남 가족을 포함한 62인의 친족을 누락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대 15년간 누락해왔지만,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5년)를 고려해 2014년 이후부터 행위 사실만을 대상으로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누락 사실을 한진그룹 가계도를 통해 파악했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대한항공의 비서실이 관리하던 것이다. 태일통상의 경우 대한항공과의 거래가 한진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의 제안에 따라 시작됐고, 그동안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할 때 조 회장이 직접 자필서명을 해온 점 등도 근거다.

이에 대해 한진 측은 행정 착오라는 입장이다. 대한한공 관계자는 “실무 담당자가 공정거래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일부 내용이 누락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공정위에 재심의를 신청하고, 유사 전례와 비교할 때 과도한 처분임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에서 대기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김포공항에서 대기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신고 누락에 따라 그동안 4개 회사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각종 공시 의무 적용을 피했다.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회사에서 빠져 중소기업 혜택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4개 위장 계열사에 대해 미편입 기간의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 혐의 등을 조사할 것”이라며 “누락 친족 62명과 연관된 계열사 주식소유 현황 허위신고 여부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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