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콜럼버스 달걀'이 나왔다. 가농바이오의 유재흥(51.사진) 사장이 만든 '네모난 계란'이다. 날달걀을 일일이 까서 살균한 알맹이만 네모난 팩에 담았으니 달걀을 세운 거나 진배없다.
"달걀도 편리함과 위생이란 관점에 보면 색다른 제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일부 위생처리가 덜 된 계란 껍질의 닭똥과 털, 먼지가 냉장고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달걀 껍질을 제대로 닦은 위생계란이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추산도 있다.
'네모난 계란'은 지난달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에 첫 선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대구백화점 등에도 내놓을 방침이다. 할인점 출시도 타진하고 있다. 우선 서서히 소비자 반응을 보겠다는 생각이다.
유 사장의 '네모난 달걀'구상은 20년 넘게 지속됐다. 미 위스콘신 대학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밟을 때 대형 수퍼마다 살균된 액상(液狀) 팩 포장 계란을 보고 '이런 것도 있구나'하고 놀랐다. 귀국 직후 아버지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그는 연구 끝에 10년 전 액상계란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곧바로 일반 소비자를 공략하지 않았다. 학교 급식이나 케이터링 업체 공급에 주력했다. 그의 마음을 바꾸게 한 건 2003년 말부터 전세계를 뒤흔든 조류독감이다. "드디어 안전한 계란이 일반 소비자에게 먹힐 수 있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네모난 계란'이란 제품명은 동생의 친구가 붙여줬다. 팩이 네모 모양인 데서 따온 것이다. 유 사장은 '위생경영'을 늘 강조해 왔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공장은 엄격한 위생관리로 식품업계 사람들의 견학 장소로 유명해졌다.
사무실 안에서 슬리퍼를 신고 공장에 들어갈 때는 흰 가운에 마스크와 모자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손에 살균제도 뿌린다. 흡사 반도체 공장 같은 느낌이다. 가격은 고급 계란 값과 비슷하다. 계란 8개 분량인 400g 한 팩에 2500원. 다이어트 용으로 흰자만 따로 담은 팩도 있다. 위생적으로 안전하다는 것 이외에 ▶계란을 깨는 번거로움이 없고 ▶보관이 쉬우며 ▶사용 후 쓰레기 처리가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