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51) 경남지사가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말을 허익범 특별검사팀 조사실에서 바꾼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김 지사는 지난 9일 2차 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팀 사무실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센다이 역제안’ 사실로 드러나면 #공직선거법 걸려 기소 가능성 #특검 내부선 영장청구 의견 우세 #송인배 비서관도 어제 소환 조사
특검팀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특검팀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하진 않았지만, ‘인사 추천’은 했을 수도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 특검팀이 김 지사를 상대로 드루킹과의 통화 일시가 모두 담긴 통화내역 자료, 모바일 메시지 내역 등을 꺼내 보인 직후다. 특검팀은 경찰로부터 김 지사와 드루킹 간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1년치 통화 내역을 전부 넘겨 받았다.
드루킹 역시 최근 특검팀에 워드 파일(.docx)로 작성한 두 사람 간 녹취 정리본까지 냈다고 한다. 김 지사와의 대질 신문에서도 그는 “지난해 12월 김 지사로부터 ‘오사카 총영사는 어려운데, 센다이 총영사직은 어떻겠냐’는 전화를 직접 받았다”고 주장했다.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김 지사에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치러졌던 대선과 달리 김 지사 본인이 출마했던 6월 지방선거의 경우 공직선거법 공소시효(선거일 후 6개월 이내)가 아직 4개월 정도 남아있다.
특검팀은 오사카 총영사직 문제로 사이가 벌어진 드루킹 김씨를 붙잡기 위해 김 지사가 센다이 총영사직을 역제안했고, 이 과정에서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회유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이전인 지난해 12월부터 김 지사가 드루킹 측으로부터 자신의 선거를 도움받고자 했다면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혐의에 해당한다.
드루킹 측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지사가 센다이를 분명히 언급했고 도리어 ‘킹님’이 창피해하면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킹님은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드루킹 김씨를 부르는 말이다.
김 지사와 드루킹 간 연결고리로 지목된 송인배(50)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2일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 드루킹 김씨를 김 지사에게 처음 소개해준 인물이다. 그는 경공모 회원들과 4차례 간담회를 하고 사례비로 200만원을 받았다. 송 비서관은 지난 4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불거진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진상조사를 받았다. 청와대는 5월 말이 돼서야 “자체 조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송 비서관은 이날 특검팀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지난 3월 드루킹 김씨가 체포된 직후 그의 측근인 도두형 변호사를 만났던 백원우(52)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곧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다. 백 비서관은 드루킹이 경찰에 체포되고 나서 일주일 뒤인 3월 28일,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후보자로 추천했던 도 변호사를 약 40분간 면담했다. 특검팀은 백 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나기 전 드루킹의 체포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인사비서관이 아닌 민정비서관이 도 변호사를 만난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두 비서관에 대한 조사는 김 지사에 대한 수사를 최종조율해가는 막판 과정”이라고 말했다. 특검팀 내부에선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우려해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또 다른 특검팀 관계자는 “(드루킹 측) 진술만으로 김 지사를 피의자로 입건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영민·박태인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