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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도 ‘화장실 몰카’ 발칵 … 교내 1700곳 모두 조사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극단주의 여성 사이트 ‘워마드’에 서울대 화장실 몰래카메라(몰카) 게시글이 올라와 서울대가 학내 화장실 전수조사에 나섰다.

워마드에 2주 전부터 몰카 게시글 #진위는 확인 안 돼 … 총학, 오늘 고발 #5월엔 고려·한양대서 같은 논란 #“법 테두리 이탈행위 정당화 안 돼”

‘서울대 중앙도서관 남자화장실 몰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온 것은 지난달 29일이다. 이후 ‘본부 몰카본’ 등 유사한 게시물이 사이트에 등록됐다. 제목대로라면 서울대 남자화장실 곳곳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됐다는 얘기다. 게시물들을 확인해보면 인터넷 주소(URL)로 보이는 글이 나온다. 하지만 비회원 상태에서는 글자들이 ‘*’로 표시된다. 일부 회원들만이 제대로 된 영상 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게시물의 진위 여부는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 총학생회 측에 따르면 이런 사실은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 등을 통해 재학생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다.

서울대는 지난 8일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에서 탐지 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아 워마드에 거론됐던 중앙도서관·학생회관·인문대·자연대 화장실 등을 먼저 조사했다. 하지만 몰카는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대는 다음달 7일까지 학내 화장실(장애인용 포함) 1700곳 전체를 대상으로 몰카 탐지를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 주초 탐지 장비(4대)도 구입한다. 몰카 단속은 청원경찰과 경비업체 직원이 맡기로 했다.

서울대는 교육부 지침 등에 따라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 동안 학내 화장실 전체를 점검하고 화장실 칸막이에 생긴 구멍을 막았다. 다만 당시에는 탐지 장비를 쓰지 않았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3일 게시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워마드 공간은 학생들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말했다.

워마드에 ‘대학교 화장실 몰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고려대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등과 관련된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당시 두 대학 총학생회는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성별을 불문하고 몰래카메라 촬영 및 유포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이와 같은 행위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마드 회원들이 이처럼 화장실 몰카를 올리는 행위는 ‘미러링’(상대방 행위를 따라 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라고 불린다. 회원들은 기존 여성혐오 사이트나 음란물 사이트에 여성 화장실 몰카 영상을 올리는 행위를 그대로 따라 해 앞선 범죄 행위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무리 절박한 이유라도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미러링은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목적이 있을 텐데, 이런 행동은 공감을 얻지도 못할 뿐 아니라 사회질서를 해친다”고 경고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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