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하려거든빨리"검찰에 전화|「경호원」없이 출두 동생과 대조적|"오늘은 연희동과 통화를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노량진수산시장 강제인수사건과 관련, 검찰에 소환된 전기환씨(60)는 12일오전 9시10분쯤 서울지검남부지청에 자진출두, 곧바로 3층특수부 권태호검사실로가 조사를 받았다.
흰색 줄무늬가 있는 짙은 감색양복차림의 전씨는 서울3누5673호 콩코드승용차편으로 검찰청 현관앞에 도착,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듯 담담한 표정으로 대기하고있다 사진기자들을 위해 약30초 동안포즈를 취해준뒤 취재기자들에 둘러싸여 3층으로 향했다.
전씨는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담담히 말했다.
전씨는 또 기자들이 『오늘 출두사실을 연희동 동생에게 알렸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통화를 하지못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날 동행인 없이 혼자 승용차를 타고 출두, 지난3월 막내동생 경환씨가 새마을비리와 관련, 대검찰청에 출두하면서 수십명의 경호원을 대동, 구설수에 올랐던것과는 사뭇대조를 보였다.
한편 전씨는 자신의 비리에 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여론이 나빠지자 4일전 검찰에 전화, 『이왕 소환할바에는 가급적 빨리소환해달라』는 주문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남부지청 주변은 지난3월 전경환씨 출두때와는 달리 출두시간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출근시간이어서 구경나온 시민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않았으나 검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전경들을 정문입구와 현관등에 배치, 삼엄한 경비를 폈다.
전씨에 대한 소환은 11일오후 남부지청특수부 권태호검사가 전씨측에 전화를걸어 12일오전9시10분까지 검찰에 출두하도록 요청.
검찰은 또 전씨의 소환불응, 출두과정에서의 불상사등에 대비해 12일아침 수사관들을 전씨에게 보내 전씨가 탄 승용차를 수사관들의 승용차가 엄호하는 동행형식을 취다.
다소 상기된 표정의 전씨는 청사현관에서 3층 권태호검사실로 가는동안 현재의 심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수차례 반복.
전씨는『수산시장인수를 둘러싸고 청와대 민정비서실과 서울시의 주장이 다른데 어느쪽이 맞느냐』는 등의 몇가지 질문에는 함구로 일관.
대통령의 친형인 전기환씨가 노량진수산시장문제로 소환되는 12일오전9시 남부지청에선 도착예정시간 1시간전부터 취재및 사진기자 60여명이 몰려 검찰청현관앞에 장사진을 이룬채 취재에 열을 올렸다.
차에서 내린 전씨는 여기저기서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자 놀란듯잠시 주츰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체념한듯 고개를 숙였다.
전기환씨를 소환조사한 서울지검남부지청의 간부들은 12일 평소보다 훨씬 빠른 오전8시쯤 청사로 나와 지난3월 전경환씨가 대검찰청에 출두하다 흥분한 시민으로부터 뺨을 맞은 붙상사를 의식, 전씨의 출두과정에서 있을지도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
최환차장검사는 출근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씨가 아무말도 하지않을것 같으니 출두하는 전씨를 붙들고 인터뷰를 할생각은 하지말아 달라』고 미리 주문을 하며 질서유지에 협조를 부탁하기도.
서울 서초동우성빌리지 전기환씨의 자택은 12일 오전 전씨의 개인비서인 신모씨(29)와 4O대가정부등 2명만 집을 지키며 전씨의 소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제 나갔는지도 모른다』 『1주일전에 나갔다』는등 횡설수설로 일관.
야간근무를 한 우성빌리지 경비원에 따르면 전씨는 11일으전8시쯤 부인과 함께 검은색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나간뒤 돌아오지 않았다는것.
전씨의 집은 대지50평, 연건평80평의 빌라형2층 벽돌건물로 최근까지 전씨부부와 둘째며느리·손자등이 살고있었으며 2O여평의 정원은 오랫동안 돌보지않은 듯 잡초가 무성.

<노량진시장 사건일지>
▲83년5월30일=수산청과 대표노명우씨 영업중지포기각서. 윤욱재씨측 운영권인수.
▲88년5월20일=노씨, 청와대 등에 운영권 부당강탈진정.
▲88년5월22일=윤씨측, 삼호물산(대표 조강호)에 운영권매각.
▲10월29일=서울지검 남부지청특수부, 운영권강제교체과정 수사착수.
▲10월31일=검찰, 당시 서울시장 김성배씨와 강병수산업경제국장, 전기환씨의 사위인 오세철씨와 처조카 최정국씨및 윤욱재·조강호씨등 8명을 법무부에 출국금지요칭.
▲11월2일=국세청, 노량진수산의 세무사찰착수.
▲11월5일=검찰, 노충량씨의 피해자진술청취및 최정국·강병수씨 소환조사.
▲11월7일=검찰, 수산시장경리장부조사해 비자금17억원 유출확인.
▲11월8일=검찰, 김겅배·오세철씨 소환조사. 전기환씨와 청와대의 간여및 압력확인.
▲11월10일=검찰, 이학봉·손진곤씨 소환조사. 이씨등 범행사실부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