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구실 못하는 추곡수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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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남아도는 쌀 때문에 추곡수매제도가 가격 조절 기능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정부 빚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2002년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농림부는 지난해 1백만섬의 정부미를 팔 계획이었으나 30만섬을 파는 데 그쳤고, 이에 따른 재정 결손을 보전하느라 9천5백억원의 빚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쌀 재고가 1천40만섬에 이르는 데다 쌀 소비량이 매년 2~3%씩 줄면서 정부 양곡을 팔 여지가 없어 쌀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추곡수매제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추곡수매의 재원이 되는 '양곡관리특별회계' 관련 차입금은 9천5백억원으로 2001년보다 61%나 늘었다.

특히 정부는 1992년 추곡수매로 인한 빚이 6조원에 이르자 빚(양곡증권 발행)을 내 추곡 수매를 하던 방식에서 수매량을 줄이고 정부 재정으로 수매대금을 대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꿨다.

지난해에 추곡수매로 생긴 빚을 올해 예산으로 전액 상환하는 방식인데, 정부미 판매가 부진하면서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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