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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년의 숫자로 읽는 경제]왜 BMW만 비난하냐고? 화재발생율 따져보니 1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산보단 수입, 브랜드 중에선 BMW서 화재 잦았다 

지난 9일 오전 7시 50분께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A(44)씨가 몰던 BMW 730Ld에서 불이 났다. 불은 차체 전부를 태우고 수 분 만에 꺼졌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전 7시 50분께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A(44)씨가 몰던 BMW 730Ld에서 불이 났다. 불은 차체 전부를 태우고 수 분 만에 꺼졌다 [연합뉴스]

청와대 홈페이지에 최근 일주일(8월 4일~10일) 동안 올라온 BMW 차량 화재 관련 국민청원은 110건에 달했다. 청원 메시지를 내용별로 나눠보면 크게 세 가지다. 소비자 혼란을 초래한 BMW를 엄벌해 달라는 것,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반복되는 데도 뒤늦게 조치에 나선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물어달라는 것, BMW 이외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도 화재 위험 전수 조사를 해 달라는 것 등이다.

국민청원에 나선 한 BMW 운전자는 "안전 점검 때 만난 BMW 관계자들은 '평균적 수준의 사고율을 보이는 데도 언론·정부에서 과잉 대응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며 "어떤 브랜드, 어떤 연식에 어떤 이상이 있어서 불이 나는 건지 정확한 발표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BMW, 2년 연속 한국서 화재사고 1위 기록 

중앙일보는 10일 소방청에 접수된 국적 별, 차량 브랜드별 화재사고 빈도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산 차보다는 수입 차가, 브랜드 중에선 BMW의 화재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소방청 통계는 자동차 제조사 측과 함께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까지 모두 포함된 수치라 정확한 제조사 과실을 따지긴 어렵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BMW의 화재사고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산 차 1만대 중 1대, 수입 차는 1.4대 불에 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수입 차의 화재사고 발생 빈도(등록 차량 중 화재사고 발생 건수)는 1.4대로 1대를 기록한 국산 차보다 다소 많았다. 국산 차는 2013년 2.6대에서 올 6월 말 1대로, 수입 차도 같은 기간 4.3대에서 1.4대로 사고 빈도는 줄었지만, 매년 수입 차가 국산 차보다는 화재사고가 더 잦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입차 가운데선 BMW가 상대적으로 높은 화재 발생률을 보였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BMW는 올해 상반기 등록 차량 1만대 중 1.5대꼴로 화재사고가 접수됐다. 1.18대를 기록한 현대차보다 높다. BMW는 또 아우디(0.94건)·메르세데스벤츠(0.82건)·폴크스바겐(0.52건) 등 다른 수입차나 기아차(0.69대)·쌍용차(0.64대) 등 국산 차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를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소방청에 접수된 차량 화재사고는 방화나 교통사고·운전자 부주의 등 소비자가 제공한 원인보다 전기·기계·화학적 요인 등 차량 자체 결함으로 의심되는 화재사고가 훨씬 더 잦기 때문이다.

BMW 화재, 압도적으로 많은 건 아냐…미숙한 대응이 불만 키워 

물론 BMW의 화재사고 빈도가 다른 경쟁사보다는 잦았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는 아니다. 그런데도 유독 BMW에만 소비자 불만이 쏠리는 데는 최근 보고되는 주요 화재 원인이 대부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발표되는 등 회사 측 과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경북 상주에서 서행 중이던 현대 에쿠스에서 불이 난 것은 엔진부가 아니라 실내 좌석에서 처음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같은 날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광교방음터널 부근을 달리다 불이 난 아반떼 승용차는 부실 정비로 엔진오일 캡이 열린 채 달린 게 화재 원인이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차에 불이 나도 교통사고 때문이거나 본인 과실이 있다면, 집단적 불만을 터트리진 않는다"며 "BMW 측 과실이 명백한데도 안전 검사 거부나 렌트 카 지급 지연 등 서비스가 순탄치 못했던 점이 불만을 키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성 입증은 회사가 하고, 문제 반복되면 강제 리콜해야 

전문가들도 이번 BMW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환경부가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배출가스 기준치를 넘으면 강제 리콜하는 제도를 마련했듯, 국토부도 똑같은 안전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면 강제 리콜을 명령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화재 원인 입증도 소비자가 아니라 회사가 증명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 권한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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