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8월 4일~10일) 동안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BMW 차량 화재(사진) 관련 국민청원은 109건에 달했다. 청원 메시지를 내용별로 나눠보면 크게 세 가지다. 소비자 혼란을 초래한 BMW를 엄벌해 달라는 것,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반복되는 데도 뒤늦게 조치에 나선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물어달라는 것, BMW 이외 모든 자동차 브랜드에도 화재 위험 전수 조사를 해 달라는 것 등이다.
전기·기계·화학적 결함 때문 #BMW, 1만대 당 1.5대로 최다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더 빈발
중앙일보는 10일 소방청에 접수된 국적별, 차량 브랜드별 화재사고 빈도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국산차보다는 수입차가, 브랜드 중에선 BMW의 화재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수입차의 1만대 당 화재사고 발생 빈도는 1.4대로 국산차(1대)보다 많았다. 국산차는 2013년 2.6대에서 올 6월 말 1대로, 수입차도 같은 기간 4.3대에서 1.4대로 사고 빈도는 줄었다. 하지만 매년 수입차가 국산차보다는 화재사고가 더 잦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입차 가운데선 BMW가 상대적으로 높은 화재 발생률을 보였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BMW는 올해 상반기 등록 차량 1만대 중 1.5대에서 화재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1.18대)·기아차(0.69대)·쌍용차(0.64대) 등 국산차는 물론, 아우디(0.94건)·메르세데스 벤츠(0.82건)·폴크스바겐(0.52건) 등 다른 수입차보다 높다.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이례적인 폭염이 BMW 화재를 유발했다는 계절적 이유도 거론됐지만, 폭염과 차량 화재는 별다른 연관성은 보이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차량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한 달은 5월(9.4%), 3월(9.2%), 1월(8.6%)로 가장 무더운 7월(8%)보다 사고율이 높았다. 소방청 관계자는 “차량 화재도 날씨가 건조한 봄에 자주 발생한다”며 “여름에 차량 화재가 잦다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과를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소방청에 접수된 차량 화재사고는 방화나 교통사고·운전자 부주의 등 소비자가 제공한 원인보다 전기·기계·화학적 요인 등 차량 자체 결함으로 의심되는 화재사고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독 BMW에만 소비자 불만이 쏠리는 데는 최근 보고되는 주요 화재 원인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으로 발표되는 등 대부분 회사측 과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경북 상주에서 서행 중 불이 난 현대 에쿠스는 엔진부가 아니라 실내 좌석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됐다. 같은 날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광교방음터널 부근을 달리다 불이 난 아반떼 승용차는 부실 정비로 엔진오일 캡이 열린 채 달린 게 화재 원인이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차에 불이 나도 교통사고나 본인 과실 탓이라면, 집단적 불만을 터트리진 않는다”며 “BMW 측 과실이 명백한데도 안전 검사 거부나 렌트카 지급 지연 등 서비스가 순탄치 못했던 점이 불만을 키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