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살찌운 사람들, 그리고 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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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호 32면

책 속으로

위대한 사상들

위대한 사상들

위대한 사상들
윌 듀런트 지음
김승욱 옮김, 민음사

랭킹이 필요할 때가 있다. 생소한 분야에서 최고의 인물이나 상품 등을 파악하는 요령으로 말이다. 예컨대 ‘최고의 경제학자’ ‘최고의 카메라 렌즈’ 등을 검색하면 다양한 기준으로 마련한 순위가 나온다.

『위대한 사상들』에는 순위가 5개 나온다. 위대한 사상가 10, 위대한 시인 10, 교육을 위한 최고의 책 100, 인류 진보의 최고봉 10, 세계사의 결정적인 연도 12. 이런 순위들을 통해 작성한 인류의 사상·정신사, 인류 진보에 기여한 영웅적인 사건들의 목록이다.

첫 장은 “뻔뻔한(shameless) 영웅 숭배”다. 여기서 ‘뻔뻔한’의 뜻은? 저자 윌 듀런트(1885~1981)는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뻔뻔하다’는 말을 쓴 것은, 현실에서든 역사 속에서든 우리 자신보다 더 고결한 천재를 인정하는 것이 요즘 얼마나 유행에 뒤떨어진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하루에 한 시간, 일주일에 일곱 시간을 준다면 당신을 학자로 만들어 주겠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철학 이야기』(1926)와 『문명 이야기』(1935~1975)로 유명한 철학자·역사학자다. 대중적으로는 아널드 토인비(1889~1975)보다 유명하다. 11권으로 된 『문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독자들이 서점 앞에서 장사진을 쳤다.

『문명 이야기』는 전쟁과 같은 인간의 어두운 면, 정치·경제보다는 인류가 문학·철학·예술·과학에서 이룩한 성취를 강조했다. 『위대한 사상들』에서도 듀런트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의 진짜 역사는 물가나 임금 속에, 선거와 투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역사는 인류 문명과 문화의 총합에 천재들이 기여한 영원한 업적 속에 있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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