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콜대상 아닌 차까지 … BMW, 36번째 불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9일 오전 7시50분쯤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운행 중 졸음쉼터에 정차한 BMW 730Ld 차량이 화재로 전소됐다. 이 차량은 2011년식으로 리콜 대상 제작 일자(2012년 7월~2015년 1월 28일)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경남경찰청]

9일 오전 7시50분쯤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운행 중 졸음쉼터에 정차한 BMW 730Ld 차량이 화재로 전소됐다. 이 차량은 2011년식으로 리콜 대상 제작 일자(2012년 7월~2015년 1월 28일)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경남경찰청]

BMW 화재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제조사가 사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은 와중에 또 불이 났다. 올해 들어서만 36대의 BMW 차량이 불탔다.

정부·BMW 대책 와중에도 화재 #가솔린 차·주차 차량서도 불 #“디젤차만 문제” 해명 신뢰 떨어져 #국내 BMW 화재 비율, 벤츠의 3배

9일 오전에 불이 난 차량은 BMW의 준중형 세단 320d와 대형 세단 730Ld다. 두 차량 모두 보닛에서 불꽃이 튀었고 차체를 전부 태웠다.

특히 오늘 불탄 2011년식 BMW 730Ld는 리콜(recall·결함 보상) 대상 차량도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BMW는 2012년 7월부터 2015년 1월에 생산한 1010대의 BMW 730Ld만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BMW의 자체 화재 조사 결과가 원천적으로 헛다리를 짚었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부문 수석부사장은 지난 6일 “디젤 차량의 일부 부품(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이 화재의 근본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가솔린차에서 불이 난 것만 다섯 번이다(미니쿠퍼·428i·528i·740i·745i).

9일 오전 7시50분쯤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운행 중 졸음쉼터에 정차한 BMW 730Ld 차량이 화재로 전소됐다. 차량 앞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9일 오전 7시50분쯤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운행 중 졸음쉼터에 정차한 BMW 730Ld 차량이 화재로 전소됐다. 차량 앞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관련기사

에벤비클러 수석부사장은 “주차 중이거나 공회전 때 화재는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난달 20일 주차 중이던 BMW 520d 차량도 화재가 났다. 또 BMW가 “화재 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은 차량에서 불이 난 건 올 들어 9대나 된다. “EGR 일부 부품(냉각기·밸브)만 교체하면 된다”는 BMW의 주장을 믿기 힘들어진 것이다.

“다른 차량도 불이 나는데 유독 BMW 화재만 주목받는다”는 BMW코리아의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BMW의 판매량 대비 화재 비율(0.18%)은 같은 독일 메이커인 메르세데스-벤츠(0.06%)의 세 배에 달했다. 소방청은 차량 화재로 소방차가 출동할 경우 매번 이를 기록한다. 화재 원인을 구분하진 않지만 화재 출동 비율이 세 배나 높다는 건 BMW 결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BMW코리아의 대응도 매끄럽지 못하다. BMW는 24시간 서비스센터를 가동하고 화재 위험성이 있는 차주에게 무상으로 차를 대여하고 있지만 인력·렌터카 부족으로 긴급진단 서비스 과정은 순탄하지 못하다.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소비자가 화재 위험으로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자원이 부족하다는 BMW의 모습은 핑계”라며 “국내 1급자동차검사정비소와 별도 계약을 하고, 독일 본사에서 직접 부품을 가져와 더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책을 지시했는데도 2건의 화재가 또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함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제조사에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법규를 도입한다거나 차량 화재 시 교통안전공단의 현장 조사 권한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문희철 기자, 세종=장원석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