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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장 닫는 얀센·바이엘 … 새 시장 찾아 동남아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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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국적 제약사들의 한국 생산공장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인건비 상승과 글로벌 제약시장의 판도 변화로 한국 시장이 매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 의약품 수입 연7% 급성장 #글로벌 제약사, 싼 임금에도 끌려

바이엘코리아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안성공장을 올해 말까지만 운영키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공장에선 컴퓨터단층촬영(CT) 등에 쓰이는 조영제를 생산했다. 바이엘코리아는 당초 올 6월 조영제 생산을 중단키로 결정했지만 생산 종료 시점을 6개월 미뤘다. 바이엘코리아 관계자는 “독일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영제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CT 촬영이 늘며 조영제 시장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바이엘코리아가 조영제 국내 생산 중단을 결정한 건 복제 의약품(제네릭) 때문이다. 바이엘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생산 제네릭이 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생산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얀센도 타이레놀 등 알약을 생산하는 경기도 화성시 향남공장을 2021년 말까지만 가동키로 최근 결정했다. 향남공장은 1983년 의약품 생산을 시작했는데 35년 만에 가동 중단이 결정된 것이다. 2008년 얀센의 아시아 지역 생산 거점 공장으로 지정된 향남공장은 지난 10년간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에 알약을 수출하기도 했다.

향남공장 철수에선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전략 변화가 읽힌다. 글로벌 제약사의 주력 의약품은 타이레놀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약에서 항암제와 면역치료제 등 고부가가치 의약품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제약 업계에선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생산공장 철수가 동남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전망도 나온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한 인구 6억 명의 동남아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KOTRA에 따르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의약품 수입 시장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6.6% 성장했다. 아세안 의약품 수입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8.4%로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KOTRA는 예상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남아는 한국보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 글로벌 제약사들의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의약품 규제 완화도 다국적 제약사 생산공장 이탈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엔 수입 의약품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1999년부터 관련 규정이 바뀌었다. 한국노바티스(2002년)를 시작으로 한국릴리(2005년)·한국화이자(2006년)·한국로슈(2008년)·한국MSD(2009년) 등 글로벌 제약사의 잇따른 한국 생산기지 철수로 국내에 공장을 둔 글로벌 제약사는 한국존슨앤드존슨·한국얀센(백신)·한국오츠카제약 등 세 곳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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