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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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과학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와 서울대. 한국의 우수 학생들이 모인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두 곳은 1999학년도부터 지금까지 상극이었다.

서울대가 특목고교생들에게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내신성적을 매기는 비교내신제를 폐지하면서부터다. 특목고교생들은 전과목 석차백분율을 매기는 서울대 내신성적 방식 때문에 서울대 문턱을 넘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자퇴하고 서울대에 도전하거나 아예 미국의 명문대에 진학하는 행렬이 이어져왔다. 이런 관계에 변화가 엿보인다. 내신 비중 축소, 수능 영향력 강화를 골자로 한 서울대의 2005학년도 입시안이 최근 발표된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가 결국 특목고의 손을 들어줬다는 특혜 논란도 만만찮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전교조,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 교육관련 단체들은 17일 서울대에서 '2005학년도 입시안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입시안은 사교육비 부담을 늘리고 특목고를 입시학원화하는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목고 유리해지나=서울대의 이번 입시안은 10월 말~11월 초로 잡혀 있는 전국 특목고 신입생 원서접수 및 전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일부 특목고 입시학원들은 "드디어 서울대 불이익이 사라졌다"고 홍보하고 있는 가운데 특목고 경쟁률도 예년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과연 특목고는 유리해진 걸까.

서울대의 역대 입시제도를 따져보면 갈수록 수능 비중 확대, 학생부 축소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수능은 2002학년도의 경우 정시모집의 1단계만 반영됐으나 2003학년도에서 정시모집 2단계에 수능 점수가 50점 반영된데 이어 2004학년도에서는 같은 단계에서 수능 점수가 갑절 늘어난 1백점 반영된다.

2005학년도에서는 정시모집 1단계에 수능 점수가 총점의 50% 반영되며, 2단계에서 1단계 성적이 총점의 80% 반영되기 때문에 수능 성적이 줄곧 따라다닌다.

학생부(교과영역)의 경우엔 2002학년도부터 2004학년도까지 수시.정시모집 모두 60등급제(교과목 평균 석차백분율 상위 1%이내는 최고 1백점, 최하위는 70점을 부여하고 최고와 최저간 간격을 60등급으로 나눔)였으나 2005학년도부터는 5~10등급으로 축소된다.

아직 학생부의 기본점수와 등급간 점수 차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과거에 비해 학생부 비중이 낮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적어도 정시모집에서 특목고교생들의 학생부 성적 불리는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책임전문위원은 "과거에 비해 특목고교생들에게 지원자격이 넓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 전형에서 유리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위원은 "학생부를 5~10등급으로 전환하는 것은 학생들 간 공평한 조건에서 수능만을 가지고 학생을 평가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여 수능의 영향력이 커지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역균형 대 특기자=서울대는 2005학년도부터 지역균형선발제(전체 정원의 20% 이내 선발)를 처음으로 시행한다. 전국 고교마다 세 명이 추천돼 학생부 성적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지역균형선발제에서 특목고교생이 더 유리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처음으로 도입되는 특기자 전형(정원의 15% 선발)에서는 특히 과학고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특기자 전형의 자연계 지원자격 중엔 수학과 과학 과목 성적 우수자나 심층 교과 이수자, 국제 올림피아드 참가자 등이 있다.

또 특기자 전형에서 학생부 성적은 1단계에서 참고자료가 될 뿐 점수로 반영되지 않는다.

이로 볼 때 2002~2004학년도 입시에서 특목고교생에게 빗장을 걸어잠갔던 수시모집도 특기자 형식으로 문을 터주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영일 중앙학원장은 "한해 1천명이 넘는 전국 특목고교 졸업생들이 특기자 전형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학고만 다소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홍준.김필규 기자<kanghj@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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