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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뉴스]푸근한 곰돌이 푸, 中선 "불온하다" 언급금지···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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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단지는 복부비만의 지름길 (화질 주의)

꿀단지는 복부비만의 지름길 (화질 주의)

빨간 티셔츠 하나 딱 걸친(아래는 홀딱 벗...응?), 꿀에 살고 꿀에 죽는 곰돌이 푸를 좋아하시나요? 풀네임은 ‘위니 더 푸(Winnie-the-Pooh)’. 영국 작가 A A 밀른이 1926년 발표한 동화를 디즈니가 1970년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게 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타 푸가 유독 홀대 받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중국입니다. 미국 연예매체 헐리우드리포트는 최근 곰돌이 푸 캐릭터가 나오는 신작 영화 ‘크리스토퍼 로빈(한국 제목 :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이 중국에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같은 제작사 디즈니의 ‘앤트맨과 와스프’도, ‘프로내한러’ 톰 아저씨의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도 중국서 개봉했는데 우리 귀여운 푸만 거부를 당한 거죠.

엄마랑 찜질방에 들어간 나 jpg.

엄마랑 찜질방에 들어간 나 jpg.

왜 그러는 걸까요? 중국 정부는 푸 영화의 상영 불가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중국에서 푸 캐릭터가 갖는 ‘불온한(?) 이미지’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몇 년 전부터 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캐릭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 2013년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세요. 푸와 그의 친구 티거의 산책 모습과 놀랍게 닮지 않았나요? 이어 비슷한 그림들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 쏟아집니다.

만찢남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만찢남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만찢남 2

만찢남 2

귀엽기만 한데? 정치인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갖는 건 대부분 좋은 일이죠. 하지만 이런 그림으로 시 주석을 희화화하고, 그의 정책을 비판하는 의견이 함께 퍼지면서 중국 정부는 푸를 탄압하기 시작합니다. 지난 해부터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인스턴드 메시지앱인 위챗에서 푸의 그림이 삭제되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도 푸를 언급한 글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금지된 것이 푸 뿐일까요. 올해 3월 중국에서는 그동안 ‘2기-총 10년’으로 정해져 있었던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사실상 시 주석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만든 내용이었죠. 이후 온라인에서는 개헌에 반대하는 의견이 이어졌고, 중국 당국은 빠르게 이런 글들을 삭제합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비판글에 주로 쓰인 ‘황제(emperor)’, ‘종신(lifelong)’, ‘부끄러움을 모르는(shameless)’ 등의 뜻을 지닌 단어가 연이어 사용 금지됐구요. 심지어 임기 제한 철폐를 수식으로 나타낸 ‘N>2’란 표현을 막기 위해 대문자 ‘N’도 한동안 SNS에 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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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 집권은 역사의 퇴보"..중국 개헌에 반발 확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431266]

잡지 커버같고 자연스러웠어 ("당신은 나의 주석이 아니다")

잡지 커버같고 자연스러웠어 ("당신은 나의 주석이 아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헌법 개정 이후 5개월 간 중국의 여론 통제는 더욱 강화됐습니다. 시 주석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한 교수는 라디오 방송 인터뷰 도중 집 문을 부수고 들어온 공안에 끌려갔고, 시 주석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에 먹물을 부었던 한 여성은 정신병원에 감금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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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에 체포되고 정신병원에 갇혀…시진핑 비판 입 막는 중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858495]

누가 주도하나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통제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온갖 신기술을 활용해 폭넓게, 철통같이 잡아내는 통에 ‘죽의 장막’ ‘만리방화벽’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인터넷 검열을 책임지는 기관은 지난 2011년 생긴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위원회 판공실(인터넷 정보판공실)로, 시 주석의 최측근만 맡을 수 있다는 이 부서의 책임자는 ‘인터넷 차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하네요.

무엇을 볼 수 없나요? 중국의 인터넷 검열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스카이프 등 세계인들이 즐겨 쓰는 대부분의 SNS가 중국에서 금지됐죠.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인터넷을 매개로 한 민주화 요구 시위가 번지면서 중국 정부는 고삐를 더욱 조이게 됩니다.

인터넷 정보판공실의 규모는 커졌고, 지난해 6월엔 인터넷 기업들에게 고객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토록 요구하는 사이버보안법(네트워크 안전법)을 발표해 여러 글로벌 기업들을 쫓아냅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수천 개의 웹사이트 접속이 중국에서 차단됐고요. 심지어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인터넷 검열 모델을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에 수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디테일 작업하기 귀찮았던 구글의 디자이너

디테일 작업하기 귀찮았던 구글의 디자이너

구글의 중국 재진입? 이 가운데 구글이 최근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춘 검색엔진을 새로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10년 중국 정부의 검열에 항의하면서 중국에서 철수한 구글이지만 역시 ‘14억 시장’을 놓칠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구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인권·민주주의·종교·평화적 시위 같은,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검색어나 이와 관련한 사이트는 검색 결과에서 자동으로 차단되도록 한 모델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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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굴복한 구글 ‘천안문·인권’ 검색 안 되는 엔진 개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856416]

그러나 일각에선 구글 대신 바이두, 트위터 대신 웨이보, 유튜브 대신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사용하는 데 이미 익숙해진 중국 젊은이들에게 구글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갈 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정보의 자유’라는 대원칙까지 포기하며 중국 재진입을 모색하는 구글은 과연 ‘죽의 장막’을 넘을 수 있을까요.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기획협조&제작 임여훈·이송란 인턴 lim.yo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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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가 어려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뉴스라면 이해할 수 있닭 (feat.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 기자들)

한마디로, 이거 하나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 (똑똑해지는 기분이란 이런 걸까?)

알고 싶은데 귀차니스트라고? (응, 바로 너) 꼬꼬가 물어주는 기사들로 꼭 드루와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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