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판매 100만대 … 기본 충실한 신모델 매출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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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카메라(디카)가 MP3플레이어나 내비게이터 기능을 갖추면 뭐합니까. 배터리가 닳아 결정적인 순간에 사진을 찍지 못하면요."

최근 국내에서 디카 100만대 판매 실적을 달성한 올림푸스한국의 방일석(43.사진) 사장은 오래 전부터 디버전스(차별화)를 강조해 왔다. "핵심 기능을 강화하는 디버전스의 바탕이 있어야 진정한 디지털 컨버전스(융합)가 가능하다"는 게 지론이다. 올들어 출시한 '뮤 720SW' 모델에 다른 기능을 빼고 생활 방수를 넣은 건'기본에 충실한다'는 자세에서 출발한 것이다.

디카의 홍수 시대지만 올림푸스에는 뭔간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는 평이다. 디카에 처음으로 손떨림 보정 기능을 탑재하는가 하면 렌즈교환식 고급 제품인 DSLR에서 일반적인 3대2 비율이 아닌'포서드'(4대3) 규격을 채용했다. 올림푸스한국은 국내 디카 시장이 연간 13만대에 불과하던 2000년 법인을 세우고 전지현을 모델로 활용해 단숨에 업계 1위에 올라섰다. 6년째 직영 체제를 고수해 애프터서비스 부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방 사장은 "인사와 마케팅 면에서 일본 본사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고 독립경영을 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1986년 중앙대를 졸업한 그는 삼성전자에 근무하다 나와 올림푸스한국을 세웠다. 일본 본사 임원도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는 올림푸스에게 시련의 한해였다. 매출이 2004년의 3분의2로 떨어지며 업계 3~4위권으로 밀렸다. 방 사장은 "신 모델인 뮤 720, E-330 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3월 이후 월 매출이 지난해 월 평균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시작한 의료사업 부문(내시경)도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올해 매출이 2004년 수준(3200억원)을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올림푸스는 카메라에서 닦은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내시경을 만들어 전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올들어 대한 소화기내시경학회과 함께 암 조기 발견을 위한 '내시경 검진 활성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일본 본사의 연구개발(R&D) 센터 역할을 하는 한국법인의 자회사 ODNK를 통해 지난해 1400억원 어치를 수출해'1억불 수출탑'을 받았다. "일본 제품의 단순 수입 판매상이 아니라 이 땅에 기여하는 토착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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