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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뇌물 비망록' 공개 "MB 족속들 파렴치···배신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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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사진)과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사진)과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77) 전 대통령 재판에서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 내용이 공개됐다.

청탁 내용, 뇌물 액수 상세히 기록 #“이명박에 증오감" 배신감도 토로해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7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에서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비망록의 사본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총 41장 분량의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인사 청탁을 위해 이 전 대통령 측과 접촉하고 금품 등을 건넸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전 대통령은 2007∼2011년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사위 이상주 변호사 등을 통해 이 전 회장으로부터 22억5000만원의 현금과 1230만 원어치 양복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실제 메모와 이 내용을 그대로 정자(正字)로 옮겨 쓴 화면을 띄워가며 설명했다.

화면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2008년 3월 28일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만큼의 돈을 지원했는데도 (자신이 원하는) 인사상 혜택이 없어 이에 대한 분개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회장은 2월 23일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B, 국회의원까지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었다. 진로가 적혀 있는 부분에 대해 이 전 회장은 검찰에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3월 23일 “이명박에 대한 증오감이 솟아나는 건 왜일까”라고 쓰기도 했다. 이어 같은 달 3일에는 “왜 이렇게 배신감을 느낄까. 이상주 정말 어처구니없는 친구다”라며 “나중에 한 번 따져봐야겠다. 소송을 해서라도, 내가 준 8억원 청구 소송할 것임.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라고 적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검찰이 이 전 회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이 금품 공여 내역이 적힌 메모지를 씹어 삼켜 없애려 한 일화도 공개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이 전 회장의 서재에서 수사관이 사람 이름과 금액이 적힌 명함 크기의 메모지를 발견하고 무엇이냐고 묻자, 이 전 회장이 입안으로 급히 씹어 삼키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지난달 30일부터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5일간 수면 무호흡증과 당뇨 질환 등에 대한 진료를 받고 퇴원한 후 처음으로 이날 법정에 나왔다. 그는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면서 벽을 짚기도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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