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실장 자금관리는 잘못"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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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5공특위는 8일 일해재단 2차 청문회 이틀째 회의를 속개, 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최순달 일해 초대이사장·양정모 구 국제그룹 회장·이준용 대림 부회장 등을 출석시켜 기부금 모금과정에서의 강제성, 재단설립과정의 의혹 등을 계속 추궁했다. <관계기사 2, 3, 4, 5, 14면>
일해 청문회는 당초 7, 8일 이틀간 하기로 했으나 첫날 장세동 증인에 대한 신문이 늦어져 청문회 일정을 하루 더 연장, 9일까지 속행키로 했다.
이날 첫 증인으로 나선 안현태 전 경호실장은 『전임자인 장씨로부터 기금일부를 인수받고 85년 재단시설공사를 해야된다는 점과 설계개요를 인수받았다』고 말하고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연구소가 개소된 뒤 연구제목·연구사항에 관해 소장과 의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해 연구사업에 전씨 및 청와대 경호실이 관여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했다.
안씨는 경호실장이 일해자금을 관리한데 대해 『고유업무에서 벗어난 것을 인정한다』며 『잘못됐다』고 자인했다.
안씨는 『85년 말 사무처가 안전가옥에서 현재의 일해재단으로 준공직전에 이전했으며 86년초 이전이 완료돼 시설이 완비되고 사무체제가 정착되자 갖고 있던 통장까지도 인계했다』며 『그 다음부터는 일해재단측에서 자금관리를 자체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일해재단 자금으로 증시에 출자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하고 모금과정의 강제성 여부에도 『기업인들이 자의로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안씨는 또 『노 대통령이 연구소 만들겠으니 돈을 내라고 할 때 거절할 사람이 있겠느냐』는 강신옥 의원(민주) 질문에 『지금은 거절할 수 있겠으나 그 당시는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안씨는 『전두환씨가 퇴임 후 일해재단을 전용시설로 이용하려다 외부사정 때문에 그만둔게 아니냐』는 강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일해재단 사유화 시도를 시사했다.
이에 앞서 7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장세동 전 청와대 경호실장 한 사람을 상대로 14시간동안 계속된 증인신문에서 장씨는 모금과정의 강제성과 특혜, 재단의 사유화, 장기집권 구상 등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일부 대목에서는 증언을 거부했다.
그러나 장씨는 『당시 경호실장으로서의 죄책감도 있고 해서 정관작성이나 1백37억원에 이르는 모금 등 초기설립과정에는 지원을 위해 관여했다』고 말하고 『연구소 대지가 16만여평에 이르고 자산이 6백억원에 달하는 것은 현재로서 규모가 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과잉의욕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러나 1차 증언에서 조성희씨가 『강요에 의한 기부가 있다고 느꼈다』고 증언한 것과 달리 『기업들 사이에 강제할당이었는지 모르나 나는 알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영수증철 누락과 관련한 84년 3월 5일 신한은행 이희건씨의 10억원 기부금에 대해 『조씨를 시켜 통장에 입금시켰다』고 했으나 지난번 조씨는『최근 김처장에게 그 사실을 확인했다』고 증언해 위증시비가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장씨의 이날 증언 중 새세대땅을 매입하기 위한 11억6천만원의 자금출처에 대해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 익명 35억원에 대해 『어떤 명목으로 받은지 모른다』는 대목과 관련, 야3당은 전두환씨의 증인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출석요구를 추진할 움직임이다.
야당의원들은 『전씨에게 도움 받은 한 김씨를 밝히라』고 요구했고 장씨는 이에 대해 『공무상 취득한 비밀』이라고 답변을 거부했으나 김현 의원(공화) 등은 군사·외교·대북관계를 제외하곤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는 증언·감정법 4조에 따라 증언 거부로 고발할 것을 제의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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