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기금 정치자금으로 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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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5공특위의 2차 청문회가 7일 오전 장세동·안현태 전 청와대 경호실장, 최순달 일해재단 초대이사장, 양정모 구 국제그룹회장 등 4명을 증인 출석 시켜 이틀간 회의의 첫날 회의를 열어 일해재단 설립배경 및 자금조성·관리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신문을 벌였다. <관계기사 3, 4면>
이날 청문회는 장씨를 첫 번째 증인으로 내세워 지난 3일의 1차 청문회에서 드러난 기부금관리 등의 문제점을 추궁, ▲아웅산 유족 원호사업으로 출발한 재단이 전씨 퇴임 후를 대비한 제2 「청와대로 변모, 사유화되어 가는 과정 ▲기부금 강제징수여부 ▲5백98억5천만원 기부금 이외에 별도 자금이 있었는지 여부 등 정치자금조성 여부 등을 물었다.
이날 청문회는 TV로 전국에 생중계 됐다.
첫 신문에 나선 김중권 의원(민정)은 일해재단의 설립배경·목적에 대한 의혹을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모금과정에 강제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물었다.
장씨는 『일해재단 기금모금에는 강제성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있을 필요도 없었다』며 강제모금을 부인했다.
장씨는 『기부금 모금에 관계한 사실도 없으며 강제성 모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경제인들이 알아서 성금을 거뒀으므로 경제인과 접촉할 필요성도, 모금액을 결정할 이유도 없었다』 고 밝혔다.
장씨는 『기금모금과 관련해 최순달 초대 이사장이 일부 기업인에게 재단설립 취지를 설명한 적은 있지만 성금액의 가감 등 모금액수 조정에 강압적으로 관계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후 재단사무실이 마련되어 업무가 정상화 됐을 때 3년거치 장기성예금은 후임인 안현태씨에게 통장을 인계했고, 나머지 단기성예금은 바로 조성희씨에게 인계했다』고 답변했다.
장씨는 3김씨 중 「한 김씨」가 인간적 배려를 전씨로부터 받았다는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 내용에 관한 손주항 의원(평민)의 질문에 대해 『정치적·인간적·도덕적으로 도움을 받으신 분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확신한다』고 했으나 『직무상 알게된 사항을 법률적으로 발설치 못하게 돼 있을 뿐 아니라 이것은 인간적·외교적·국가적·인륜적·사회적으로 보호되고 감춰져야 할 부분에 속해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초창기에 성금을 입금시킨 예금통장과 도장을 청와대에서 보관했다고 말해 기금관리를 사실상 자신이 했음을 시인했다.
김동주 의원(민주)이 『경호실장이 기업인과 함께 부지를 사러 다니는 것 자체가 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장씨는 『아웅산 사건으로 인한 국민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서 이 일을 위해 일정기간 성원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부금 조성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다고 조성희 증인(일해재단 전 총무부장) 이 증언한 바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으며 이에 대해 장씨는 『강제성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3김씨 중 전씨로부터 도움을 받은 「한 김씨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끈질기게 추궁했으나 장씨는『도움이 금전적인 은혜만이 아니고 마음으로 성원하는 유·무형의 것일 수 있으며 그러나 정치자금은 아니다』고 말했으나 「한 김씨」가 누구인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김의원은 일해기부금을 조건으로 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이 아닌가고 묻고 정치자금을 대통령이 어떻게 모금했느냐고 추궁했으나 장씨는 『특혜문제에 관해서는 아는 바 없으며 기부금에는 아무 조건도 붙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씨는 『84년 당시 현역 대령이던 조성희씨를 재단사무를 보게 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아웅산 사건 유가족을 위해 모금한 23억원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접수, 분배했다』면서 『23억원을 재단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것은 행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시인했다.
5공 특위는 8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재단이사장) 이준용(대림 부회장) 최정영(신동아 회장) 유찬우(풍산 회장) 장치혁(고려합섬회장)씨 등 기부금납부 재계인사 5명을 증인 출석시켜 3차 청문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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