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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어 인구의 20%는 30대…어촌이 젊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경남 통영시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에서 열린 '경상남도 귀어학교' 개교식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해양수산부]

지난 6월 경남 통영시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에서 열린 '경상남도 귀어학교' 개교식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해양수산부]

귀어 학교는 도시에 살던 사람이 어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을 돕기 위해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학교다. 현재 통영 경상대 해양과학대학에서 21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충남도 수산자원연구소와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도 해수부의 귀어학교로 선정됐다. 두 학교는 2019년 개교한다.

해수부가 이렇게 학교까지 세워 어촌으로 인구 유입에 나선 것은 어촌이 급격하게 노령화하고 인구도 갈수록 줄어든 것이 배경이다. 실제 2003년 21만2000명이던 어가 인구는 2016년 12만6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65세 이상 인구를 뜻하는 고령화 지수는 같은 기간 16.3%에서 32.5%로 늘었다.

통영 귀어학교 실습생 김태현(37 ·왼쪽) 씨가 경남 통영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중화양식 조석현(47) 대표로부터 양식장 관리에 대해 배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통영 귀어학교 실습생 김태현(37 ·왼쪽) 씨가 경남 통영 앞바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중화양식 조석현(47) 대표로부터 양식장 관리에 대해 배우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정부 '새내기 어부' 유치 나서…귀어 인구 계속 늘 듯

반면 어업이나 양식업 등을 목적으로 도시에서 어촌으로 귀어하는 사람은 2013년 690명에서 2016년 1005명으로 크게 늘었다. 2017년 991명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귀어 인구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각종 교육이나 정책 자금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새내기 어부’를 유치하고 있어서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촌의 삶을 긍정적으로 전하는 것도 영향이 크다.

귀어인 중에는 젊은이가 많다. 30대 청년층이 귀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이들이 합류하면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0%를 넘을 정도였던 어촌의 고령화 문제도 전기를 맞고 있다. 해수부는 청년의 어촌 유입을 늘리기 위해 40세 미만 경력 3년 이내 신규 어업창업자에게 월 100만원씩 최장 3년간 지원하는 ‘영어정착금’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귀어인들의 모습. [중앙 포토]

귀어인들의 모습. [중앙 포토]

그러나 정부 지원만으로 귀어인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어업 경험이 없는 도시민이 어촌에 정착하기까지 절차도 까다롭고 돈도 많이 들어서다.

어선업 보다 양식업이 초기 비용 많이 들어 

어선·양식업 등을 창업하기 위해선 기술 습득은 물론 관할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거나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개인 간에 어업면허 등을 매매 할 수도 있는데 보통 5000만~1억원 정도가 든다. 여기다 어선 구입비도 작은 배(3t)의 경우 보통 1억원 전후다. 양식업은 어선 업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북 부안의 귀어인 배동권씨 부부 모습. [프리랜서 오종찬]

전북 부안의 귀어인 배동권씨 부부 모습. [프리랜서 오종찬]

어촌 사회 편입도 쉽지 않다. 본격적인 어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협 조합원 자격을 갖춘 계원을 중심으로 조직된 지역 어촌계에 가입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이들 어촌계는 단순 지역공동체가 아니라 마을 공동어장을 함께 운영해 수익을 배분하는 경제조직이라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가입까지 일정 거주 기간을 채워야 하거나 가입비를 내야 하는 곳도 있다. 해수부도 이런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부터 어촌계 가입 조건을 완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북 영덕의 귀어인 김건희씨. [중앙 포토]

경북 영덕의 귀어인 김건희씨. [중앙 포토]

경남 진해의 한 어촌계장 김모(60)씨는 “계원으로 같이 일하려면 부락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의 경우 적응을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어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마을 주민들과의 화합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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