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춰잡기 … 찬호가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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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사진)와 김병현(27.콜로라도 로키스)이 '눈부신 5월'을 던졌다. 박찬호는 6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를 내주며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해 연장전에 들어가는 바람에 승리를 놓쳤지만 완봉승이나 다름없는 호투였다.

김병현도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4점을 내줬지만 타자들이 겁을 먹기 충분했다. 파드리스와 로키스는 1-0, 5-4로 각각 짜릿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두 선수는 투구 패턴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뚜렷한 개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패턴은 이제 '완성단계'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 칠 수 있는 스트라이크를 던진다 - 박찬호

박찬호가 달라졌다. 요약하면 '치지 못하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애쓰던 투수'에서 '칠 수 있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로의 변신을 완성해 가고 있다. 그 스트라이크는 범타를 유도할 수 있는 스트라이크다.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지기만 하는 임무가 아니라 게임을 풀어나가는 '경기의 운영자'로서 눈을 뜬 것이다. 박찬호는 올해 네 차례 선발 등판에서 평균 6.93이닝을 던졌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2002~2005년.평균 5.5이닝)보다 월등히 오래 마운드를 지켜주고 있다.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는 LA 다저스 시절(1997~2001년)의 6.44이닝보다 더 길다. 박찬호가 이렇게 마운드를 오래 지켜주는 투수가 된 것은 경기 평균 볼넷(올해 2.29개)이 레인저스 시절(5.45개), 다저스 시절(4.52개)보다 월등히 줄어든 게 큰 몫을 했다. 이런 변신은 그가 결혼과 함께 건강한 몸을 되찾고 충분한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지평을 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공은 내 손에 있다. 공격은 타자의 몫이 아니라 내 것이다 - 김병현

김병현은 올 시즌 두 차례 등판에서 각각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자신의 역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다. 2년간 재활을 통해 그가 되찾은 것은 건강과 '공격 또 공격'이라는 정면승부의 코드다. 김병현은 "마운드에 서면 언제나 타자를 공격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진다"고 말한다. 그가 이처럼 공격적인 투구패턴을 유지할 수 있는 건 그의 구위다. 고비에서 노련하지 못한 운영의 아쉬움이 남지만 그는 현재 박찬호의 초창기에 비유할 만한 구위, 타자들이 알고도 치지 못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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