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경선' 효과 유권자 4500명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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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이인제 대세론'을 잠재우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건 당시 처음 도입된'국민참여 경선제' 때문이었다. 당원만의 전당대회는 그때부터 '당원+국민'의 전당대회로 바뀌었다. 국민 경선은 대세가 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국민 경선은 진화를 거듭했다. 정당 따라 지역 따라 다양한 버전이 고안됐다. 2006년 한국의 독특한 국민 경선은 전북 남원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 진화 중인 한국적 정치실험=지난달 26일 오후 7시 전북 남원 춘향문화예술회관. 열린우리당 남원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마지막 '순회 경선'이 열린 곳이다.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회관 안팎을 부지런히 오가는 당원들, 얼굴이 상기된 지지자들의 환호와 탄식이 장내를 후끈 달궜다. 경선장 참석자들의 투표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담긴 봉투가 뜯겼다. 희비가 교차하는 세 명의 후보자 얼굴. "○○○ 후보 당선" 발표로 사흘간 순회 경선의 대미를 장식했다. 열린우리당 남원 경선은 여러모로 특이한 기록을 남겼다. 우선 경선기간이다. 후보자 선출은 지난달 24~26일 여섯 군데에서 진행됐다. '불러오는 경선'에서 '찾아가는 경선'으로 컨셉트를 전환했다.

그 덕분일까. 인구 9만4000여 명(지난해 말 기준)의 소도시 남원에서 당 경선에 참여해 투표한 사람은 4538명이었다. 1000만 인구 서울의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 대회에 참여한 투표자는 3839명이었다.

참여자의 구성도 과거 '당원+국민'에서 '기간당원+일반당원+여론조사'로 세분화됐다. 경선일 한 달 전까지 6개월간 월정 당비 2000원을 내고 당원 연수에 참가한 기간당원의 비중을 30%로 정했다. 일반당원의 비중은 20%다. 과거 경선장에 직접 참여해야 했던 국민 참여 방식도 아예 여론조사로 대체됐다. 그 비중도 50%나 됐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1970년대부터 예비선거 제도를 개혁해 당 간부가 독점하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었다.

◆ 아직은 허점 많은 미완의 제도=그러나 새로운 실험에선 허점도 많았다. 어떤 식으로든 선거인단을 확보해 투표장에 동원하려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남원시장 후보 경선장에 나온 차수옥(49.자영업)씨는 "투표 전날에만 여섯 통의 투표 권유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름만 빌려주는 '종이 당원'의 폐해도 심각하다. 한 사업가는 "종업원과 함께 기간당원으로 가입했더니 경선 투표 때도 같이 나와야 한다며 부담을 주더라"고 털어놨다. 새로운 경선 실험의 관건은 당원들의 자발성이다. 정당이 기간당원의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기존 당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정 규모'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당비 대납 당원, 종이 당원이란 말이 어지럽게 나도는 건 이런 양적 팽창주의의 부작용이다.

신기현 전북대 정치사회학부 교수,
강주안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8일자 6면 '현장관찰 어떻게 기획했나'기사 중 '한국정당학회'는 '한국정치학회'를 잘못 쓴 것입니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는 현재 한국정당학회 회장이 아니라 한국정치학회 회장입니다. 중앙일보가 현장관찰을 공동 기획한 단체는 한국정당학회가 아니라 한국정치학회입니다. 또 1면의 관계기사 중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1970년대 예비선거제도를 도입해…'에서 '도입해'를 '개혁해'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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