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찰 부실수사, 특검에 부메랑···野 "경찰 뭐한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드루킹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김경수 경남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사용하던 사무실에서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사용하던 사무실은 현재 김정호 의원이 사용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드루킹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김경수 경남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사용하던 사무실에서 압수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사용하던 사무실은 현재 김정호 의원이 사용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35일'

지난 3월 21일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가 댓글조작 혐의로 체포된 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피의자가 4개월 이상 수사 선상에서 빗겨나 있었던 셈이다.

특검팀 내부적으로도 ‘뒤늦은 강제수사’에 대한 하소연이 나온다. 앞선 경찰의 부실수사가 나비효과처럼 특검 수사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특검팀으로선 증거에 따라 시간 낭비 없이 영장을 청구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4개월 만의 압수수색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증거물이 확보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도 특검팀의 압수수색이 '빈 손'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특검팀이 압수한 김 지사의 의원 시절 업무PC는 국회사무처 규정에 따라 '로(low) 포맷'으로 데이터가 완전 삭제된 상태다.

대한변호사 협회 대변인 출신인 최진녕 변호사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로 부상했다"며 "늦춰진 강제수사에 대해 특검팀 탓을 하긴 어렵다. 김 지사의 컴퓨터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확보됐어야 할 핵심 증거"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 역시 "특검이 할 수 있다면 경찰도 강제 수사가 가능했을 것이다. 수사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특검팀은 ‘경찰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경찰이 부실수사를 했는지 여부는 특검팀의 최종적인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따져볼 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특검팀 수사 진행 상황만 보더라도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해놓고도 ‘봐주기’로 일관한 정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관련기사

보안 메신저인 ‘시그널’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대선공약과 정책 등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내용의 시그널 메시지는 경찰 역시 수사를 통해 확보한 상태였다. 경찰은 드루킹과 김 지사가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자의 관계를 넘어 내밀한 사이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 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특검팀이 경공모의 산채라 불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수십 대의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발견하고 이후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비밀창고를 발견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을 때에도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은 불거졌다. 느릅나무 출판사는 경찰이 두 번이나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장소였고, 비밀창고 역시 경찰이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드루킹 의혹’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를 했다는 의혹은 실체가 없음에도 여론에 의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검팀이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이 제공한 수사자료가 도움이 된 덕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김 지사의 압수수색 영장에 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시한 만큼 앞으로 남은 22일간의 수사 기간 동안 관련 의혹 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김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분석이 급선무다. 김 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공식화한 만큼, 압수물 분석을 통해 질문지를 작성하는 등의 실무적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자금추적을 담당했던 수사 1팀과 김 지사 관련 조사를 담당한 3팀 인원 대부분을 김 지사 관련 수사에 투입했다. 수사2팀 역시 포렌식 수사를 통해 두 팀을 후방 지원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