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진정한 벗으로 협력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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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슬픈 일이 있다고 눈물을 홀리다니, 남자답지 못하다』『피임이야 여자들 책임이지』『여자상사 밑에서 일하다니 창피스럽다.』
일단 이렇게 생각하는 남성이라면 그는 남녀가 진정한 벗으로 협력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커나갈 수 있는 인간적인 사회에서 살고싶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내용은「지배문화, 남성문화」를 제목으로『또 하나의 문화』가 최근 펴낸 제4호 무크지(청하사 간)에 수록된 남성 동인 스케일중의 일부.
『또 하나의 문화』는 조형(이대 사회학), 조혜정(연대 사회학), 조옥나(서강대 인류학), 장필화(이대 대학원 여성학)씨 등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강의하는 교수들과 대학원생들, 고정희(시인)·이경자(소설가)씨 등 문인 1백여명이 모여 84년 구성한 동인그룹.
그들은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남녀불평등을 기반으로 한 경직된 오늘의 문화풍토를 남녀가 진정한 벗으로 협력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클 수 있는 인간적인 삶의 양식을 담은 다양한 목소리의 유연한 것으로 바꿀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일종의 문화활동을 펴고있는 이들 동인들은 부정기 간행물인 무크지·회지·월례강연·소집단모임 등을 통해 낮지만 확신 있는 목소리로 꾸준히 그들의 소신을 펴 오고있다.
이번에 새로이 정리하여 소개된 남성 동인 스케일은 인간 해방운동, 여성·남성·남녀관계, 결혼과 가정생활, 직장생활 등 모두 4개 부문에 걸쳐 35개항으로 되어 있다.

<인간해방>
▲사회에서 소외된 모든 계층과 집단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 ▲여성해방 운동은 인간성 회복 운동으로, 다른 인권운동과 동등한 비중을 갖고 동시에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환경오염과 유해상품 생산에 적극 반대한다.

<남녀관계>
▲신체기능을 제외한 지능·재능·감정·욕구의 남녀차이는 개인차만큼 유의미하지 않다고 믿는다 ▲여성의 활달함·씩씩함을 긍정적으로 본다 ▲여성들과의 우정도 남성들과의 우정과 같이 소중히 유지한다 ▲슬플 때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출세만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

<결혼과 가정>
▲결혼 적령기는 남녀모두에게 경제적 독립과 심리적 성숙이 이뤄진 때다 ▲가정 재정은 부부가 함께 책임진다 ▲피임은 아내와 상의하여 공동으로 책임진다 ▲만일 아내나 다른 여성이 강간을 당했을 때는 다른 종류의 폭행과 같이 인식하고 대처하다.

<직장생활>
▲합리적 직장생활을 위해 남녀동료들과 공동 노력한다 ▲남녀 불문하고 유능한 동료에게 자연스럽게 일을 배운다 ▲여자상사의 권위와 책임을 남자상사의 경우와 똑같이 인정한다.

<박금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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