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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4자 종전선언 배제 안 해” 중국 참여안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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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박선원 국정원장 특별보좌관이 지난주 워싱턴을 찾았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31일 “두 사람이 미측 당국자를 만나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서훈·박선원 지난주 워싱턴 방문 #미국에 대북제재 예외 요청한 듯 #북,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요구

외교가에선 서 원장이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중앙정보국(CIA)의 지나 해스펠 국장을 만났고, 그간 호흡을 맞췄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도 직간접적인 접촉을 했을 것으로 본다. 노무현 정부 때 대북 정책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박 특보가 지난달 20일 갑자기 상하이 총영사 자리에서 물러난 배경엔 서 원장의 미국행이 있었다는 얘기도 돈다.

서 원장의 이번 방문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21일)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20일)이 각각 미국을 찾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협의한 직후 이뤄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폼페이오 장관과 비공개 전화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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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라인이 미국을 상대로 총출동한 모양새다. 이를 놓고 정부가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과 남북 협력 분야에서 대북제재의 예외 적용을 놓고 미국 측을 설득 중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올가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가 대북제재 예외 분야를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상황은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와 같은 모습”이라며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숨 가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자 종전선언이 될지, 4자 종전선언이 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4자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은 4자 종전선언에 대해 중국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불편해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4자 종전선언 가능성을 공식 거론한 것은 종전선언을 사실상 비핵화의 전제로 제시한 북한을 의식한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종전선언 논의에서 중국 배제가 쉽지 않은 만큼 현실성 측면에서 4자 종전선언을 거론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독려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특히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두 사업을 대북제재에서 예외로 할 수 있는지를 놓고 미국 내 기류를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눈치다.

북한은 이날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물과 불이 어울릴 수 없듯 제재와 대화가 병행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외세 눈치를 보며 제재 압박 놀음에 매달린다면 북남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행하려는 정부의 북한산 석탄 반입 조사에 대해서도 “황당하게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금강산 지역 방문(1일)과 산림 병충해 방제(8일)에 동의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의 대남 카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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