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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서해 함포·해안포 포문에 덮개 씌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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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9차 남북 장성급 회담이 3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안익산 수석대표(왼쪽) 등 북측 대표단이 남북 정상회담 기념 식수 표지석을 살펴보며 잡초를 뽑고 있다. 우리 측 수석대표로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이 참여한 이날 회담에서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 방안 등이 논의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제9차 남북 장성급 회담이 3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안익산 수석대표(왼쪽) 등 북측 대표단이 남북 정상회담 기념 식수 표지석을 살펴보며 잡초를 뽑고 있다. 우리 측 수석대표로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이 참여한 이날 회담에서는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 방안 등이 논의됐다. [사진공동취재단]

두 차례의 남북 해전에 이어 포격전까지 벌어졌던 서해상에서의 긴장완화 방안으로 정부가 남북 간 함포 사격 훈련 중단과 해안포 폐쇄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성급회담서 긴장완화 방안 논의 #남북 함포 사격훈련 중단도 검토 #NLL 평화수역 등 이견 … 추후 논의

3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9차 장성급 회담에서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육군 소장) 국방부 대북정책관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서해상의 사격 훈련 중단 문제나 함포·해안포의 포구 덮개 또는 포문들을 폐쇄하는 데 견해를 우선 일치해 신뢰 구축 및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협의됐다”고 밝혔다. 회담 관계자는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다기보다는 서로 (사전에)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함포·해안포 포문의 덮개를 덮거나 포신을 폐쇄할 경우 상대방을 향해 포격을 가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제스처”라고 밝혔다. 향후 남북 간 해전은 물론 제2의 연평도 포격전(2010년)을 막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서해상 함포사격 훈련은 북한보다는 한국 해군이 더 자주 해왔던 만큼 사격훈련 중단은 북한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긴장완화로 끌어내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단 함포 사격의 중단은 평시 방어태세의 약화를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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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석대표에 따르면 남북은 이런 방안에 대해 ‘견해 일치’를 했음에도 합의 내용을 담는 공동보도문 작성에는 실패했다. 회담 관계자는 “시작은 화기애애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중장(별 둘)이 회담을 시작하며 “(남측이 의제를) 많이 끌고 나온 것 같다. 허심탄회하게 회담 좀 잘해서 실제로 우리 인민들에게 ‘군대가 제일 앞서 나가는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도록 하자”고 의욕을 보였다. 안 중장은 직전 회담인 지난 6월 14일 장성급 회담을 마치면서 “이런 회담을 다시는 하지 말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던 북측 인사다. 그런 그가 이날은 시작부터 남측 대표단이 들고 간 두꺼운 서류 뭉치를 보고선 “보따리를 보라우”라는 농담까지 던졌다. 그는 “우리가 미국을 흔들다가 잘 안 되니까 이번에 남측을 흔들어서 종전선언 문제를 추진하려 한다고 (한국 언론이) 보도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날 오후 6시25분 회담을 끝냈다. 남북 회담에 참여했던 전직 고위 당국자는 “남북 회담에선 표현 하나로 밤을 지새운 적이 많다”며 “(밤샘 회담으로 가지 않은 것은) 더는 회담을 진행해 봐야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추후 논의하자는 식으로 봉합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날 남북은 차기 회담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DMZ 내 관측소(GP)의 시범 철수, DMZ 내 유해 공동 발굴 등을 놓고도 공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합의문을 내지 못한 건 세부 사안에서 이견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수석대표는 “이행 방식이나 시기에 차이가 있었다”며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의 평화수역 설정 문제는 조금 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용수·이근평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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