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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성토 서울대「모의 국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문공부장관 말로만씨의 답변이 시작된다.
『언론 통폐합은 허모씨의 증언대로 언론사의 자율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단지저희 직원들이 언론사 사장들 옆에서「오늘은 왜 이리 칼이 잘 들지」라고 부드럽게 말했을 뿐입니다.
곧이어 오자폭 국방장관의 답변이 계속된다.『오 부장 테러사건은 저희 정보사의 극비기밀이 누출된 것으로 국민여러분을 불안하게 해드린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비밀을 갈 지켜 어떤 테러사건도 그 전모가 밝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7일 오후 5시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
「관악모의국회」가 2천여 학생들이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리고 있다.
학생의원들이 국감 등을 통해 드러난 전 정권의 비리를 집중공략, 열기마저 달아오르고 있다.『강심장재단을 만들어 국민들의 심장을 더욱 화나게 한 연인궁 이 모 여사를 구속, 처벌하시오.』
대정부 질의에서 야당인 갑오 녹두당의 추궁해 의원의 추궁은 서술이 시퍼렇다.『민가협 (민정당 가족협의회)소속회원인 이씨는 오늘도 양심수 전경만씨의 석방을 위해 단식농성하고 있습니다.』
이총구 내무장관의 엉뚱한 답변에 학생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모의국회가 건설적인 정착제시와 비판이 아닌 권력의 비리를 폭로, 성토하는 장소가 되어버린 것은 우리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입니다.』
학생들의 모의국회를 끝까지 지켜본 어느 노 교수의 독백은 우리시대 정치적 갈등의 한 단면을 반증하는 듯 쏠쏠하게만 들렸다.

<변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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