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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무면허 건강검진한 사무장병원 운영자 구속

중앙일보

입력

외국인 근로자를 상대로 무면허 건강검진을 시행해 부당이득을 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의사 없이 건강검진을 하면서 허위로 진단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중앙포토]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중앙포토]

서울 성동경찰서는 의사가 아닌데도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며 건강검진을 시행한 혐의(보건범죄 단속법 위반 등)로 사무장 김모(59)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에는 건강검진센터가 속해 있는 병원의 김모(53) 원장과 김씨 부인 등도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태국‧베트남‧라오스 등에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1만8000명을 대상으로 무면허 건강검진과 마약검사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7억5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9월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덜미를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말 김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 산하에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하고 수익금을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김씨와 김 원장의 수익금 배분은 각각 75%, 25%였다. 사무장병원은 의사가 아닌 개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거나 의사와 개인이 동업하는 형태 등이 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나 법인이 아닌 개인이 병원을 개설하는 것은 불법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단체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이동하는 모습. [사진 성동경찰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단체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이동하는 모습. [사진 성동경찰서]

경찰은 김씨가 주먹구구식으로 부실하게 건강검진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씨는 마약 키트에 피검사자들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마약 양성이 의심되는 사람도 출입국관리소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2007년부터 시행 중인 ‘외국인 고용 허가제’에 따르면 베트남‧태국 등 외국인 근로자는 건강검진과 마약검사를 거친 후 이상이 없을 때만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보건당국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김씨는 2015년 말에 검진센터를 설립한 후 검진기관 선정 입찰에 참여해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선정됐다. 검진기관을 선정할 때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이 발각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년 검진기관을 선정할 때 사무장병원 등 불법의료기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마약검사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마약검사는 1차 양성반응자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2차 의뢰를 해 최종 판단하게 돼 있다. 하지만 1차 검사는 검진기관의 자체검사에 의존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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