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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광고 왜 막나?"…靑 출신 진성준 서울서 행보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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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왼쪽). 오른쪽 사진은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게재가 반려된 남북정상회담 광고물 시안 [연합뉴스ㆍ뉴스1]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왼쪽). 오른쪽 사진은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게재가 반려된 남북정상회담 광고물 시안 [연합뉴스ㆍ뉴스1]

“정치적 의견이라고 무조건 금지하겠다는 결정이 타당합니까?”

이달 초 서울시청의 한 회의실에서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질책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교통공사가 페미니즘,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등 정치적 의견이 담긴 광고를 전철역에 게재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을 반대하는 과정에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교통공사는 지난달 22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앞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ㆍ정치ㆍ종교ㆍ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 광고를 역내에 내는 것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한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나오자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열린 것이다.

진 부시장은 이 자리에서 “광고에 대한 자율적인 심의 기준은 운영할 수 있다”면서도 “의견 광고에 대한 원천적인 금지는 과도한 규제”라고 했다. 그는 또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크니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 단체가 광화문역에 남북정상회담을 응원하는 광고물을 게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이를 거부했다며 규탄 집회를 하는 모습 [뉴스1]

한 대학생 단체가 광화문역에 남북정상회담을 응원하는 광고물을 게시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가 이를 거부했다며 규탄 집회를 하는 모습 [뉴스1]

진 부시장은 문 대통령 취임(2017년 5월) 뒤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일하다, 박원순 시장이 이달 2일 ‘3기 시정’을 시작하면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관계자는 “이전까지 정무부시장은 본인 의견을 잘 내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 부시장은 취임한 직후부터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이 이례적이라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며 “직전까지 대통령을 모신 비서관 출신이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교통공사의 광고 규제 결정은 정치적 의견 광고 게재에 따른 반대 진영의 반발 민원을 감당해야 하는 고충 때문에 나온 것으로 서울시는 파악하고 있다. 진 부시장 의견에 동의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공사도 나름의 어려운 입장이 있겠지만, 그게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제한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30일 현재 교통공사의 수정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진 부시장은 이날 중앙일보 통화에서 “강제성이 있는 지시를 내린 건 아니기 때문에 교통공사가 언제까지 수정안을 제출해야 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다만 후속 상황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 부시장은 “광고를 통해 의견을 내는 것을 규제할 명분은 거의 없다”며 “인신공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사유가 없으면 시민 의견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지하철의 광고 규제가 해제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주장하는 우파 진영의 의견 광고도 막을 명분이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된다. 이에 대해 진 부시장은 “원칙적으로는 그런 의견 광고도 가능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재판이 다 끝난 뒤에도 ‘박 전 대통령 석방’과 같은 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구호를 의견 광고에 담았을 때, 법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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