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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29만원 vs 갤S9 95만원···남는 장사는 대륙폰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능·브랜드 차이 난다지만 스마트폰 값 3배 차이…이유 뭘까

29만9000원 vs 95만7000원. 지난 16일과 올 3월 각각 국내 출시된 샤오미 레드미 노트5와 삼성전자 갤럭시 S9의 가격이다.

성능이나 브랜드 인지도에서 차이가 난다지만, 가격이 세 배인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은 왜 그런지 한 번쯤 의문을 가져봤을 만하다. 값이 비싼 ‘프리미엄 폰’이 대부분을 차지했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요즘 ‘중저가폰’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가 올 1분기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프리미엄폰이 주력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제자리 걸음을 했지만 중저가폰에 주력한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는 크게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 1분기 시장 점유율 7.4%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점유율이 3.4%에 그쳤다. 중저가폰을 찾는 수요가 많이 늘어난 데는 성능 향상이 이유로 꼽힌다.

올 초 출시한 출고가 29만9000원인 레드미노트5.

올 초 출시한 출고가 29만9000원인 레드미노트5.

예컨대 레드미 노트5만 해도 갤럭시 S9의 주요 기능이 상당 부분 탑재했다. 레드미노트5 후면에는 1200만+500만 화소 듀얼 카메라가, 전면에는 13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됐다. 인공지능(AI)의 인물을 부각하고 배경을 흐리게 하는 인물사진 모드, 전자식 손 떨림 보정(ESI) 기능이 있다.

갤럭시 S9엔 후면 1200만 화소, 전면 8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됐다. 물론 홍채 인식, 자동 초점 기능 등 세부적인 기능이 더 있지만, ‘없어도 되는 기능’이라는 평도 나온다. 레드미 노트 5의 화면 크기는 5.99인치로 갤럭시S9(5.8인치)보다 조금 크다. 배터리 용량(4000mAh)은 되레 갤럭시S9(3000mAh)보다 넉넉하다.

가트너의 안술 굽타 애널리스트도 “프리미엄 및 하이엔드 스마트폰 수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업그레이드에 따른 추가 이점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폰에 주력해 온 삼성전자도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중저가폰 라인업 강화에 나섰지만, 중국 업체가 내놓는 가격 수준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팔아서 조금이라도 남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중국 업체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손해 보고 팔아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 초 출시한 출고가 95만7000원인 갤럭시S9.

올 초 출시한 출고가 95만7000원인 갤럭시S9.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싼 가격의 중저가폰을 쏟아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바로 원가 경쟁력이다. 중국 정부는 IT 등 10개 첨단기술 육성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보조금을 비롯해 법인세 면제 같은 세제 혜택을 준다. 반면 현재 한국에선 소득의 최대 25%를 법인세로 내야 한다.

보조금이나 줄어든 세금은 수익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중국 업체와 한국 업체가 각각 원가 100원인 신제품을 출시하면 한국 업체는 110원에 판매해야 이윤을 10원 남길 수 있다. 정부의 지원금 20원을 받는 중국 업체는 90원에 판매해도 10원이 남는 구조다.

여기에 중국 업체는 최대 규모의 내수 시장 덕도 본다. 생산하는 제품이 많을수록 원가를 아낄 수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은 제품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지 못해도 정부 보조금을 남길 수 있는 구조”라며 “여러 가지 제품을 값싸게 경쟁적으로 만들어 내다보니 발전 속도도 빠르다”고 말했다.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부담도 적다. 삼성전자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가 새 제품을 개발, 출시할 때 원가에서 R&D 비용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는 굳이 새로운 기능에 몰두하지 않는다. 다른 업체의 인기 있는 기능이나 디자인을 본 따 제품을 만든다. 대신 가격을 확 낮춰 차별화한다.

레드미 노트 5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 삼성전자의 제품은 갤럭시 A6와 갤럭시 A8이 있다. 각각 출고가가 39만6000원과 65만9500원이다.

물론 비슷해 보이는 기능도 실행 속도 등의 차이는 있지만, 기술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소비자가 "별 차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늘고 있다. 취향에 맞춰서 평소 자주 사용하는 기능만 특화한 제품을 싸게 사려는 것이다.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번 샤오미 폰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은 그간 ‘외산 폰(외국 브랜드 스마트폰)의 무덤’으로 불렸다. 애플의 아이폰 외에는 외산 폰이 거의 발을 붙이지 못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5.3%, 애플 16.7%, LG전자 12.2% 등이다.

프리미엄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한국인은 스마트폰에 대해 요구하는 기능이나 기대 수준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며 “여기에 중국 제품은 성능이나 품질, 사후지원(AS) 등에 대한 불신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 전자 제품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중국의 공세도 세졌다. 레드미 노트 5는 이동통신사를 통해 국내 첫 정식 출시된 중국 스마트폰이다. 마케팅도 강화하고 나섰다. 샤오미의 한국 공식 파트너인 지모비코리아 정승희 대표는 “판매망뿐 아니라 사후지원(AS)망도 확대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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