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원화절상 압력 드셀 듯|한국이 너무 잘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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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미국정부는 지난 24일 한국과 대만이 달러환율을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 감축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재무성은 새 통상법에 따라 의회에 제출한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신흥공업국 4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3백5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대만의 환율이 이 같은 적자확대의 주요요인』이라고 지적하고 『미국은 두 나라가 대 달러화 환율을 정기적·즉각적으로 조정토록 쌍무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미 재무성은 한국에 관해 언급하면서 『원화의 달러환율은 금년 들어 지금까지12% 절상됐지만 달러 평가절하 노력에 합의한 85년 플라자협정이후 환율절상은 단지 26%로 대만의 40%, 일본엔의 92%절상에 비해 매우 미진하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최근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일본·서독이 「수출주도성장정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주요 정책적 조치」를 취했으며 신흥공업국(NICS)중 홍콩·싱가포르의 환율정책은 「덜 공격적」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87년 경상수지 흑자가 국민총생산(GNP)의 8.3%를 기록, 일본의 3.6%, 서독의 4%와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함으로써 대한보복위협의 근거를 제시했다.
새 통상법은 행정부에 대해 국제환율 안정을 의해 다자 및 쌍무협상을 촉구하는 동시에 매년 10월 이에 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 6개월마다 이를 보완토록 함으로써 명시적인 제재조항이 없으면서도 상대국에 대한 보복조치의 위협을 내포하고 있다.
이 보고서 중 한국관련부분 요지는 다음과 같다.
3년째 계속되는 두 자리 숫자의 실질 성장과 확대 일로의 국제수지흑자, 외채의 실질상환, 외환보유증가 등 한국의 강력한 경제적 바탕은 원화 절상 폭의 미진함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제반 행정조치와 엄격한 자본통제수단을 동원해 이 같은 원화의 저 평가를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 원화의 가치는 교역상대국과의 복수 통화방식에 의한 비공개 바스킷 제도와 「정책변수」를 기초로 정부당국에 의해 행정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철저한 자본이동의 제한, 엄격한 통화관리, 재정부문에 대한 통제 등으로 당국은 환율을 조정한다.
최근 한국 경제성장은 부분적으로 경쟁력강화를 위한 이 같은 환율조정의 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GNP의 40%에 이르는 수출의 주도로 실질 GNP는 86, 76년을 합쳐 약 5%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80년이래 적자가 지속적으로 감소, 86년 47억 달러의 흑자를 냈고, 87년에는 흑자가 1백억 달러로 배가됐다. 두 해 모두 정부의 예상을 넘은 것이다.
한국은 이에 힘입어 외채의 상당부분을 상환, 85년말 4백67억 달러(GNP의 54%)로 줄이고 87년 말에는 3백56억 달러(GNP의 30%)로 끌어 내렸다.
한때 과중했던 외채부담이 감소돼 왔다.
89년 전망도 역시 좋다. 실질 GNP성장이 10%에 이르고 고용이 증가하며 인플레이션압력이 예상되고 경상수지 흑자는 1백10억 달러를 넘어 외채가 더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87년 중 비교적 일률적이던 외환보유가 금년 들어 지금까지 7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목표보다 2년 앞선 89년 말이면 일본처럼 채권국이 될 것이다.
통상법 3004조에 따라 재무장관은 타국의 환율 조작여부 및 이에 따른 불공정한 수단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여부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동법이 의미하고있는 환율조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강력한 경제적 기반을 감안할 때 한국은 좀더 환율을 절상하는 것이 명백하게 요구된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이 국제수지를 조정하고 불공정한 무역상의 국제경쟁력을 제거토록 하는 환율정책을 펴도록 대한 쌍무협상을 벌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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