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미국 비자 면제 내년까지 결실 봐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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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 내 한인 동포들은 한국이 미국의 비자 면제국에 포함되도록 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한인시민연맹 등 미국 내 한인단체들은 지난달 3일 '한.미 비자 면제 프로그램 연합(US Korea Visa Waiver Program Coalition)'을 결성했다. 인터넷 홈페이지(www.welcome-korea.org)도 개설했다.

20여 개 단체로 시작한 연합은 한 달 만인 이달 3일 110개 단체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여기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웨스팅 하우스,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 굴지의 대기업 30여 곳도 들어 있다. 알래스카 주정부 산하의 한국사무소와 알래스카 국제공항도 가세했다.

비자 면제 청원운동의 한가운데는 해럴드 변(53.사진)씨가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연합(Asian Coalition)' 공동 회장이기도 한 그는 연합 발족을 적극적으로 주도한 주인공이다. 또 공화당 내 인맥을 바탕으로 미 의회에도 강력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그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 승인권은 의회가 쥐고 있는 만큼 실세 의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서한을 보내 한국 비자 면제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원인 해럴드 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선거 대의원을 맡았으며, 부시 대통령 당선 뒤 그를 아홉 번 접견했다. 공화당 서열 4위인 조지 앨런 상원의원(버지니아)과 톰 데이비스 하원 개혁위원회 의장 등 여당 거물들과도 절친한 사이다. 미 의회가 지난해 '한인의 날'(1월 13일)을 선포한 것도 공화당 거물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친 그의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그는 "올 11월에 중간선거가 열리는 만큼 올해가 의회를 겨냥한 비자 면제 청원운동의 최적기"라고 강조다. 그는 "미국 내 535개 선거구에서 한인들이 1000명 이상 거주하는 선거구만 236개에 달한다"며 "이들 선거구 의원들에게 한인 유권자의 존재는 무시못할 존재"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지역 한인들이 의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거나 사무실을 단체방문해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당위성을 알리는 게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의원들에게는 뭐니뭐니 해도 표가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계 미국 시민들의 투표율은 30%에 불과해 11월까지 투표율을 50%로 끌어올리는 운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럴드 변은 16세 때 미국에 건너온 뒤 버지니아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제약회사 등에서 근무하다 미 특허청에 특채돼 18년째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국장 대우다. 그는 "한국 정부와 재미동포들이 하나로 뭉쳐 있는 만큼 내년 중에는 비자 면제가 성사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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