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외국인 관광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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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동안 메카.메디나에 대한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의 하지(성지순례) 관광만 인정해 온 이슬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으로 종교와 무관한 일반 관광 목적의 입국도 허용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제인 술탄 빈 압둘아지즈 제1부총리는 이날 두바이에서 열린 관광박람회에서 "6월부터 일반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비자를 발급하고 관광사무소도 개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술탄 왕세제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외에 인류 역사 유적지와 사막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것"이라 설명하고 대규모 휴양지나 관광단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로 2000여 년 전 나바트 왕국의 암벽도시 마다인 살리흐 등 고대 역사 유적이 곧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 마다인 살리흐는 요르단의 세계적인 관광지 페트라와 더불어 나바트 왕국의 최대 유적으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이 같은 역사유적과 사막, 그리고 홍해 휴양지가 개방되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연간 5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이 나라에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하지와 자발적 순례여행인 우무라를 위해 연간 약 300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섭씨 50도가 넘는 낮 기온과 음주 금지, 여성 운전금지 등 엄격한 종교.사회적 제약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현지인들도 보다 개방적인 다른 아랍 국가나 서방에서 휴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술탄 왕세제는 "밤 문화가 꼭 술 마시는 것은 아니다"며 "영혼과 정신을 맑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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