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와 반외세침략」열띤 논의|한국역사연구회, 학술대 토론회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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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과학적·실천적 역사학의 수렵을 표방하고 지난달 3일 창립된 한국역사연구회(회장 안병욱·성심여대교수)가 자신들의 역사인식을 선보이는 첫 학술회의를 22일 연세대장기원기념관에서 열었다.
「한국역사연구회 제1회 학술대토론회」로 이름이 붙여진 이번 회의의 주제는 『한국근대의 변혁운동과 민족문제』반식민지-식민지-분단의 과정을 거쳐온 우리 나라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근대화」와 「민족」이라는 규정과 함께 이들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오늘의 역사현실을 타개해 나가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정한 주제다.
이번 대토론회에서 다루어진 시기는 「근대화」와 「민족」문제가 우리나라역사상 처음으로 제기된 1876년(개항)∼1910년(한일합방)까지로 당시 우리사회에 요구되었던 「근대화」는 어떤 것이었고 그 「근대화」를 저지하려한 「외세의 침략」에 어떻게 대처하여야 했는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발표된 논문은 『한국근대 민족문제의 성격』(이영호·과학기술대) 『집권·관료세력의 민족문제인식과 대응』(주진오·상명여대) 『재야 지배세력의 민족문제 인식과 대응』(김경형·계명대), 『민중의 민족문제 인식과 대응』(조성윤·제주대) 등 4편·이번 토론회에는 이들 논문발표 외에 최덕수(공주사대)·김항수(동덕여대)·박호성(서강대)·홍순권(서울대)·하원호(고려대)·도진순(서울대)씨 등 전문연구가들이 참가, 열띤 토론을 벌였고 전문연구가가 아닌 대중의 질문도 받아 일반 청중들의 토론참여 기회가 주어졌다.
한국역사연구회의 설립은 해방이후 우리 나라 사학 계를 주도해 온 진단학회·역사학회의 실증주의학파와 60년대 후반에 결성된 한국사연구회의 민족사학파에 대비되는 새로운 학파의 형성이다.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의 소장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형성된 이 새로운 학파는 종래의 역사학풍에 대해 『역사학의 과학성은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 검증된다』는 이의를 제기하고『대중의 의지와 세계관에 맞는 역사학의 수립을 내세웠다.
이들은 기존의 "역사학"에 대해 『제국주의 침탈을 합리화하거나 방조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규정했다.
이들의 문제의식과 연구방법은 80년대 들어 각 대학에 여러 형태의 토론모임·세미나, 이를 바탕으로 성립된 망원 연구실·한국근대사연구회·고중세사세미나 모임·역사문제연구소등의 소규모연구단체들의 활동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80년대 들어 역사의 활발한 변화를 주도하는 민족·민주운동에의 학문적 참여를 의미한다.
22일의 학술회의는 이들의 문제의식과 연구방법의 성과가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인 자리였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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