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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고치면 심장질환 사망률도 낮아져...12년 추적 연구

중앙일보

입력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면 심장질환 재발률과 재발에 따른 사망률이 모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대학교 김재민 교수 연구팀이 12년간 심장질환을 겪은 환자 300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다. 이로써 그동안 의문이 있었던 우울증 치료와 심장질환 예후(치료 후 경과)간 관계를 국내 의료진이 처음으로 규명할 수 있게 됐다.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면 심장질환 재발률ㆍ사망률을 모두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전남대학교 김재민 교수 연구팀에 의해서다. 사진은 지난 1월23일 펜실베니아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의 모습. [AP=연합뉴스]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면 심장질환 재발률ㆍ사망률을 모두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전남대학교 김재민 교수 연구팀에 의해서다. 사진은 지난 1월23일 펜실베니아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의 모습. [AP=연합뉴스]

우울증 치료하니 재발률 46%ㆍ사망률 18% 낮아져

이번 연구는 우울증 치료와 심장질환 재발ㆍ사망에 대한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간의 연구들은 단순히 사망률만 조사하거나 환자를 추적 조사한 기간이 2~3년 정도로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추적 기간이 평균 8.1년ㆍ최대 12년으로 길어 설계에 우위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6년간 300명의 환자를 모집해 항우울제를 투약, 대조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심근경색 등 주요 심장사건(MACE)이 위약군에 비해 12.7%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대병원]

김 교수팀은 6년간 300명의 환자를 모집해 항우울제를 투약, 대조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심근경색 등 주요 심장사건(MACE)이 위약군에 비해 12.7%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대병원]

김 교수팀은 우선 심장질환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 300명을 무작위로 각각 149명ㆍ151명으로 나눴다. 한 조에는 우울증 치료제인 '에스시탈로프람'을, 다른 한 조에는 심장 질환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위약'을 투여했다. 각 환자는 6개월 동안 치료했고 이후 5~12년에 걸쳐 경과를 추적했다.

일차적으로는 항우울제를 투여한 집단에서 우울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환자들의 심장질환이 재발하였는지, 이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을 치료한 경우 심장질환 재발률은 46%, 사망률은 18%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잘질환을 겪은 후 우울증을 앓는 환자의 경우, 약을 잘 먹지 않거나 외래진료를 게을리 하는 등 치료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김재민 교수는 "우울증 치료가 환자의 건강행동을 높이고, 치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심리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나미비아 중앙병원에서 수술 중인 중국 의사들. [신화통신]

심잘질환을 겪은 후 우울증을 앓는 환자의 경우, 약을 잘 먹지 않거나 외래진료를 게을리 하는 등 치료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김재민 교수는 "우울증 치료가 환자의 건강행동을 높이고, 치료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심리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나미비아 중앙병원에서 수술 중인 중국 의사들. [신화통신]

김 교수는 "심근경색ㆍ사망 등, 심장질환으로 인해 환자에게 발생하는 사건들을 '주요심장사건(MACE)'이라고 한다"며 "우울증이 개선된 환자의 경우, MACE가 절반 이하인 40.9%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53.6%가 MACE 재발을 경험했다.

심근경색 등 주요 심장 사건, 절반이하로 '뚝'...우울증 치료, 건강행동 높이고 원인 물질 잡아

우울증을 치료가 심장질환 재발을 낮추는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가 꼽혔다. 김 교수는 "우울증을 겪는 환자의 경우, 약을 제대로 먹지 않거나 병원 진료를 게을리하는 등 치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운동ㆍ식이요법 등 건강 행동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먼저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심장질환 치료에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울증과 심장질환의 공통적 원인으로 꼽히는 '사이토카인'과 혈소판과 같은 원인 물질을 항우울제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심장질환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울증 치료와 심장질환 재발률ㆍ사망률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항우울제 투약에만 6년의 시간이 걸렸다. 환자는 정신의학적 질환이 동반됐고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낙인'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미국 오하이오 주 실바니아의 한 병원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환자의 모습 [AP=연합뉴스]

우울증 치료와 심장질환 재발률ㆍ사망률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항우울제 투약에만 6년의 시간이 걸렸다. 환자는 정신의학적 질환이 동반됐고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낙인'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미국 오하이오 주 실바니아의 한 병원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환자의 모습 [AP=연합뉴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우울증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낙인'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고, 심장내과 의사들은 심장 치료가 우선인 상황에서 우울증 치료는 중요치 않다고 여겼기 때문에 연구가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연구 대상 환자 300명도 동시에 모집된 것이 아니라 치료를 하면서 6년간 누적해 나갔다.

그러나 김 교수는 "심장질환 외에도 암ㆍ뇌혈관질환 등 심각한 신체질환에서도 우울증과 같은 외상후증후군이 흔히 발생하고 이것이 치료 경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향후 다양한 신체질환에 대해서도 우울증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연구를 계속해 나갈 것을 밝혔다. 이 연구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자마' 7월 25일 자에 게재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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