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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핵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방영된 두 편의 TV시리즈가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유복하고 행복했던 한 가정이 남편의 외도가 아내에게 알려지면서 갈등과 진통을 겪고 끝내는 이혼으로 마감한다는 『모래성』이라는 드라마가 그중 하나고, 마음이 모든 병의 근원이라는 상식에 입각해서 남에게 사랑을 베풂으로써 기쁨과 즐거운 마음을 가지게 되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재미 의학자 이상구박사의 『한국인의 건강』이 다른 한편이었다.
두 편 모두 가정의 고리를 이루는 사랑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앞의 드라마는 부부의 사랑과 가정이 깨지는 과정을 그렸고 건강시리즈는 사랑을 베풂으로써 가정의 화목과 가족의 건강을 살리자는 데 있어 좋은 대비를 이룬다.
사회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가족은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농경적 생산양식의 단계로서 가부장적 특성을 지니고, 2단계는 전기 산업화 사회로 가정과 사회가 분리되면서 소규모의 핵가족 제도가 가속화되는 단계다. 3단계는 후기 산업화시대로 핵가족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 모델을 모색하는 단계다.
최근의 인구센서스 발표에서 지난 5년간 핵가족 형태가 48.8%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우리사회도 분명 2단계 가족형태에 속하게 되었다. 2단계 핵가족의 특징은 일터와 집안이 완전하게 차단되고 가정은 성역화 된다. 가장은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으며 투쟁하듯 일하고 사회는 반인간적인 곳이고 『믿을 것은 집안식구뿐』이라는 이른바 가족적 이기주의로 빠져든다.
아내는 남편의 성공을 위한 내조를 향해 뛰고 자녀의 학교 성적이 자신의 성공이라는 대리체험에 매달린다. 이것이 진전되면 부도덕한 가족주의로 전락하게 된다.
이 가족적 이기주의와 부도덕성에서 벗어나는 길은 역시 남에게 베푸는 사랑, 가정과 사회의 벽을 허무는 길,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인격이 존중되는 가정의 민주화에 있지 않은가.
후기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2000년대의 문턱에서 우리의 가족구조를 새롭게 점검해볼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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