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 이대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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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립대학 재단이 학교재정을 위해 내놓는 보조금이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면서도 언제나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만성적 재정빈곤을 호소하면서도 학교재정의 1차적 책임을 지고있는 재단이 아무런 자구책 없이 수수방관만 해왔다는 점이 한심스럽지 않을 수 없고, 학교재정의 78%이상을 떠맡고 있는 학생들의 등록금에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30%가 넘는 엄청난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든 문교당국의 초치에 대해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립대 재정의 주체적 운영자는 재단이어야 하고 또 그러한 권한을 재단이 지금껏 행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재정의 등록금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재단은 학교운영에 있어 설 자리를 잃어 가고있다.
대학등록금 인상을 단순히 수요자 부담원칙이라는 기업논리로만 따지기에는 우리의 대학현실은 너무나 심각하다. 대학진학을 계층변동의 중요수단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통념과 여기에 편승한 입시과열이라는 이상적 사회병리현상이 치유되지 않는 한, 등록금 대폭인상은 「가진 자들만의 출세 통로」라는 사회적 반발심리를 누를 수가 없을 것이다.
재단의 빈곤이 등록금인상을 유발하고 등록금인상이 곧 대학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계층간의 불화를 조성하는 씨앗이 된다면, 병인의 근본 치유는 문제 발생의 단초인 재단에서부터 물어 나갈 수밖에 없다.
첫째,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사학재단의 건전한 육성을 이한 재단자체의 적극적 노력과 이에 상응한 정부의 지원이다.
지난 10년간 사학재단이 요구해 왔고, 정부가 「공약」으로 끌어왔던 재단소유 부동산 처리 허용문제는 정부의 세제상 배려로 원만히 해결되어야하고 엄정한 감사와 결산보고를 통해 재단사업으로 전환, 육성되어야 한다. 10여년간 사장되고있는 1조원이상 막대한 부동산의 매각을 통해서 건전한 사학재단을 육성하는 획기적 방안이 있다면 이젠 더 이상 정부도 주저할 시간이 없게되었다.
둘째, 사립대 재단운영의 활성화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방안은 사회로부터의 투자유도를 적극 추진하는 일이다.
이미 2년째 접어든 서강대의 「서강후원회」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해마다 10억원씩의 기금조성을 목표로 하는 이 후원회는 이미 상당한 실적을 거두었고 후원회의 기금을 장학금·교수연구비 및 시설확충에 충당하겠다는 재단 측의 성실한 의욕은 많은 후원자를 불러들이고 있다.
빈땅에 교사만 동그마니 지어놓고 학교재정은 등록금만으로 꾸려나간 안이한 재래식 학교기업 발상만으로 대학을 운영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학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재단의 성실한 자세와 적극적 추진노력만 있다면 재단의 건실도는 보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후원회는 입증해 주고있다.
셋째, 정부 또한 고식적 방식에서 벗어나 사학진흥재단의 신설을 앞당기고 사학진흥을 위한 세제상의 보호와 감면조처를 적극 추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건실한 건학이념과 투철한 교육목적으로 설립된 선의의 사학재단이 무수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골탑의 영화」를 누렸던 지난날 몇몇 사학재단의 비리 때문에 아직도 사학의 어려움을 재단의 엄살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우리사회에 엄존하고 있음을 재단 측은 자생의 자료로 삼아야하고 건실한 재단육성에 헌신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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