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류는 지금 "물 반, 웅어 황복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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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맞아 서해바다와 맞닿은 한강과 임진강 하류에는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진귀한 바닷물고기 두 종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년 중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웅어와 황복이 주인공이다.

요즘 이 지역에는 일년을 기다려온 미식가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어부들의 그물질이 쉴새 없이 분주하다.

◇웅어='고양시 행주 5월 웅어'. 조선시대 임금님이 각별히 좋아하시던 봄철 이 지역 최고의 별미다.

경기도 고양에서는 웅어라 부르며 충청과 호남에서는 우어, 그리고 표준어로 이름은 위어다. 바다에서 살다가 인근의 큰 강을 거슬러 올라와 갈대밭에 산란하기 때문에 이름에 갈대 위(葦) 자를 붙였다.

갈대밭이 잘 발달된 행주나루 부근 한강은 이달 한달동안 웅어 최대의 산란장으로 변한다. 특히 이 기간동안 웅어는 육질이 쫄깃하고 고소하며 뼈 채 먹을 수 있다.

멸치과에 속하는 웅어는 성어의 몸길이가 30㎝ 정도이며 몸은 길고 몸통은 은빛을 띠고 있다. 웅어 요리는 회.구이.매운탕.회덮밥.알탕.젓갈 등으로 다양하다.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전문위원은 "행주 웅어가 워낙 유명해 조선시대 임금님이 웅어를 잡고 보관하기 위해 웅어소(위어소)와 석빙고까지 만들 정도였다"며 "행주 웅어는 고문헌은 물론 고지도에도 고양지역의 토종어류 및 특산물로 기록돼 있을 만큼 명성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행주산성 인근에서 14년째 웅어 요리집을 운영중인 강병식씨는 "웅어는 양식이 없는데다 잡히는 양이 적고 한 철에만 올라와 아는 사람들만 예약을 해서 먹는 정도"라고 말했다.

웅어의 맛을 보려면 행주산성.능곡 전화국.능곡역 부근 음식점으로 가면된다. 웅어 요리 가격은 1인분에 1만원선.

◇황복=임진강의 명물인 '황복'이 돌아왔다. 산란기를 맞은 황복이 이달 들어 떼 지어 서해에서 임진강으로 올라오고 있다.

복요리 가운데 백미로 꼽히는 황복 맛을 보기 위해 식도락가들도 50여곳의 임진강변 황복집으로 몰리고 있다.

임진강에서는 요즘 하루 평균 20~30㎏씩 황복이 잡힌다. 예년보다 다소 적은 양이다. 이는 봄비 잦아 수온이 낮아진 때문이다.

김봉회 임진강영어조합법인 대표는 "하지만 꾸준한 방류사업이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돼 이달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는 하루 평균 100~300㎏ 씩 황복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2~3년 동안 길이 25~30㎝의 성어로 자라는 황복은 이르면 4월 초부터 늦게는 6월 중순까지 임진강과 한강으로 거슬러 올라와 산란한 뒤 다시 돌아가는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이다.

20여년 전만해도 금강.섬진강.낙동강 등에도 올라왔지만 하구에 댐이 건설되고 강물이 오염되면서 지금은 임진강과 한강 하류로만 올라온다.

황복은 회와 매운탕 등으로 요리되며 1㎏이면 2~3명이 먹을 수 있다. 자연산 황복 요리는 ㎏당 15만~17만원선이다.

특히 최근엔 자연산과 비슷한 맛을 내는 양식 황복도 선보이고 있어 다소 저렴한 가격에 황복을 맛볼 수 있다. 양식 황복 요리는 ㎏당 10만원선이다.

한편 임진강 어민과 해당 지역 지자체 등은 2003년부터 황복 알을 부화시켜 4㎝ 가량의 치어로 키운 뒤 6월 중순 50만~240만 마리를 임진강에 방류하며 어족자원을 육성하고 있다.

문의는 파주어촌계 직판장 031-958-8006~7.

고양.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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