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에서 정부 입김 없어야"…김동원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세계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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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세계대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된다. 한국에서 처음, 아시아에선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다. 전 세계 노사정을 대표하는 인사와 학자 등 2000여 명이 참가한다.

"글로벌 시장서 뒤지지 않으려면 노동개혁 해야 #사회적 대화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진행할 필요 #노조는 '품질'을 생각하는 본연의 자세 되새겨야 #사용자는 배분 생각하는 포용적 경영전략 가져야"

ILERA는 1967년 냉전시대가 한창일 때 창립됐다. 자본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냉전시대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이 '노동자 중심 세상'을 기치로 내걸었다. 시장의 원리를 좇던 자본주의 진영은 그들의 구호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사용자 중심으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노동자도 경제의 한 주체로서 대접하고 사용자가 이들과 협력해야 기업과 국가가 함께 발전한다는 대의를 세우기 시작했다. ILERA는 이런 대의에서 탄생했다. 48개국 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ILERA는 다른 학회와 달리 국제연합(UN)과 자매결연을 한 유일한 학회다. UN 산하 국제노동기구(ILO) 안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전 세계 고용문제를 ILO와 함께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ILERA의 현 학회장은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다. 2015년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제17대 회장에 추대됐다. 고려대 차기 총장 후보이기도 한 그를 만났다.

김동원 국제노동고용관계 학회장(고려대 경영학)은 "사회적 대화는 노사가 스스로 필요성을 인정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국제노동고용관계 학회장(고려대 경영학)은 "사회적 대화는 노사가 스스로 필요성을 인정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주제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용'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고용의 형태가 급속히 바뀌고 있다.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던 시대는 지났다. 따라서 노조의 시대가 아니다. 단체협약에 매몰되면 안 된다. 계약으로 고용관계가 시작되고, 종료되는 시대다.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이에 맞춰 종전의 노사관계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글로벌 고용시장이 그렇게 변하면 한국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그 추세를 외면할 수 없지 않은가.
"고용 시장의 국제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외국에 적응을 못 하고, 외국 근로자는 한국에 와서 적응을 못 한다. 외국은 직장과 개인의 삶이 분리돼 있는데, 우리나라 근로자는 직장에서 가정의 대소사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도 한다. 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개인 영역과 직장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관계'위주에서 '계약'위주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화두다.
"노동 개혁을 하지 않으면 한국만 글로벌 고용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 선택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데, 그게 한국에선 잘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좋은 신호다. 다만 그동안 정부가 주도했다. 정부 주도형 사회적 대화는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다. 정부가 개입하면 회유와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타협 뒤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파기하는 경우가 그래서 생긴다. 정부가 의욕을 줄이고,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노사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노사의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노조는 영어로 Trade Union이다. 이 말에는 품질 수준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미국자동차노조는 자사 제품에 'Union made Car'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조합원의 숙련된 손으로 만들어 품질을 보증한다는 뜻이다. 이런 노조의 본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우리 노조는 품질과 동떨어진 노동운동을 해왔다. 그러니 회사 성과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포용적 노조로 변화가 필요하다."
사용자도 바뀌어야 하지 않는가.
"이익의 극대화주의를 수정해야 한다. 구성원과의 배분을 고민하고, 가부장적 경영방식을 벗어야 한다. 포용적 경영전략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하게 한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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