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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노회찬 단골 이발소…방미 직전 들러 "잘 될거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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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찾아간 노회찬 의원 단골 이발소 서울 만리동 성우이용원. 김정연 기자

23일 찾아간 노회찬 의원 단골 이발소 서울 만리동 성우이용원. 김정연 기자

"별 거 아니라고 하더니…"

23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을 들은 성우이용원 이남열(69)씨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우이용원은 노 원내대표가 15년째 20일마다 드나든 단골집이다. 노 원내대표 스스로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성우이용원이 자신의 단골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이발 솜씨가 뛰어나고 요즘 드물게 칼면도를 할 수 있는 곳. 세상 얘기도 들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성우이용원은 1920년대 개업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 사람 가운데 두 번째 이발면허증을 딴 서재덕씨가 창업해 현재 외손자 이남열(69)씨가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이 이곳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숨지기 전 마지막 공식일정인 5당 원내대표 방미 직전인 18일에도 노 원내대표는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다른 당 원내대표들과 함께 지난 3박5일간 방미 일정을 마치고 22일 귀국했다. 이씨는 “노 의원이 20일에 한 번씩을 꼭 머리를 깎으러 왔는데 그 때는 깎을 날이 아닌데 왔길래 '왜 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미국 간다'고 대답하더라”고 말했다.

당시 이씨가 ‘뭐가 요즘 안좋냐’고 물었을 때만 해도 노 원내대표는 “별 거 아냐. 해결될거야”라 답했다고 한다. 그랬던 노 원내대표가 사망했다는 이씨는 소식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다른 손님이 있을 때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둘만 있을 때는 얘기 많이 했다”며 “수치심에 뛰어내리지 않았겠나“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미국 가기 전날도 전혀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해) 몰랐다. 살아서 싸워가지고 이겨야지”라 혀를 끌끌 찼다.

이씨는 “(노회찬 원내대표가) 늘 발전적이고 현실적인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정리한 게 아닌가 싶다”며 “나는 그사람이랑 늘 현재랑 미래 얘기만 했지 과거 얘기는 안했다. 결국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미국갔다오면 특검 간다고 했는데…"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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