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지에 더 많은 환호 갈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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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장>
○…16일 잠실 체육관에서 벌어진 휠체어 농구 각 조 예선리그에서 각 국 선수들은 휠체어에서 퉁겨 나오고 휠체어 바퀴가 펑크나기도 하는 등 투지 넘치는 경기를 보여 관중들로부터 승부를 떠나 뜨거운 박수 갈채.
홀트복지회·올립복지관 팀 선수를 주축으로 구성된 한국팀은 이날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 유력한 우승 후보 네덜란드에 71-18로 패배했으나 관중들은 의지와 집념의 경기에 한마음의 격려를 보내는 모습. 그러나 한국은 육상·사격 등에서 5개의 금메달을 따내 순조로운 출발.
○…수영 경기장에서도 오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관중들이 등수와는 관계 없이 꼴찌에게 더 많은 갈채와 격려를 보내 훈훈한 분위기.
특히 오른쪽 어깨와 왼쪽 다리가 완전히 절단된 네덜란드의 「주브·스토켈」 선수가 왼팔 하나로 물을 저어나가고 몸통을 휘저으며 5분39초만에 5명 중 4등으로 4백m를 완주하고 터치를 하자 장내는 박수와 환호로 열광.
○…일요일인 16일 잠실 주 경기장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1만여 명이 찾아 장애자 선수들에게 격려와 찬사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는데 특히 어린이들이 많아 이채.
이날 부인·자녀 2명과 함께 온 강희득씨 (37·군인) 는 "서울 올림픽기간 중 바빠 한번도 경기장에 오지 못해 이번에 가족나들이 겸 왔다"며 특히 "아이들이 장애 선수들의 선전 모습을 보고 꿋꿋한 정신력과 용기를 배울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
또 친구 4명과 함께 온 김정 군 (12·신천국교 6년)은 "처음에는 불쌍하다는 생각을 갖고 왔으나 실제 경기를 보니 그렇지 않다" 고 말해 장애자 올림픽이 어린이들의 장애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되고있음을 실증.
○… 잠실 주 경기장 출입문 주변에는 김밥·오징어·호떡 등 먹을 것과 오륜안경·테이프·기념품 등을 파는 50여 개의 노점들이 들어서 올림픽 때의 성황을 재현.
특히 이날의 주인공인 장애자들을 목표로 한 듯 각종 물리치료·지압기구 등까지 등장, 눈길을 끌었는데 할아버지·할머니·어린이들에게 큰 인기.
○…장애자 올림픽 시상식은 보통 3∼5개의 세부 종목을 한꺼번에 묶어 국기게양이나 국가 연주 없이 메달 수여만으로 조촐하게 거행.
SPOC의 한 관계자는 국기게양이나 국가연주가 없는 것은 ICC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 장애자 올림픽의 취지가 「경쟁」 보다는 「상호 격려」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
○…잠실 주 경기장에선 장애 종류 및 정도에 따라 경기 종목이 복잡하게 나눠져 있는 데다 당초 엔트리에 없던 일부 외국인 선수들이 시합직전에 "멀리서 왔는데 그냥 갈 수 없다"며 참가를 요구해오는 등 「변수」가 많아 운영요원들이 경기를 진행하는데 곤욕을 치르는 모습.
이 때문에 오후가 되면서부터 경기가 2시간씩이나 차례로 늦어지기도 했는데 참가선수들은 한마디 불평도 없이 경기장 주변에서 연습을 하거나 다른 나라 선수들과 담소를 즐겨 대회가 운동시합 보다 「잔치」의 성격임을 느끼게 했다.

<선수촌>
○…16일부터 본격 시작된 경기로 선수들이 각 경기장으로 빠져나가 선수촌은 저녁식사 전까지 한산한 모습.
16일 아침 1천7백여 명의 선수들은 버스 등을 타고 국가와 민요를 부르며 경기장으로 출정했으며 특히 경기를 끝내고 돌아온 영국선수 30여 명은 휠체어를 앞세우고 숙소주변 아파트의 각 동을 일일이 누비고 다니면서 "Great Britain Number One (영국 제일)"을 외치며 다녔다.
○…16일부터 문을 연 선수촌 내 소시얼텐트는 23일까지 매일 저녁 7시부터 11시30분까지 사물놀이·마술·불 무도·디스코 쇼 등 다채로운 행사를 벌여 경기에 지친 선수들의 심신을 달래기 시작.
16일 저녁 좌석이 1백50개밖에 안 되는 소시얼텐트는 4백여 명의 선수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선 채로 행사를 관람해 첫날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약시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 마련된 디스코 타임. 선수들은 나름대로의 춤을 개발, 다채로운 묘기 (?)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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