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 최대 원유 공급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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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이 가장 많은 석유를 수입하는 곳은 어디일까. 중동 지역이라고 짐작하겠지만, 틀렸다. 아프리카가 정답이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는 1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미국이 아프리카로부터 9억2100만 배럴의 석유를 수입해 아프리카가 사상 처음 미국의 최대 석유 공급처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체 수입량의 18.7%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중동산 석유 수입량은 전체의 17.0%인 8억3900만 배럴에 그쳤다.

중동산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 행정부의 노력은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본격화했다. 부시 행정부는 21세기 중동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동 석유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중동산 석유 수입량은 2000년 9억 배럴을 정점으로 지난해까지 꾸준히 감소해 왔다. 그 결과 중동산 석유 비율은 22%에서 17%로 줄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아프리카산 석유 수입량은 2000년 6억1800만 배럴에 비해 51%나 급증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미국이 중동산 원유의 대안으로 아프리카에 주목한 것이다.

최근엔 이 같은 추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7114만 배럴을 수입했다. 하지만 올해 2월엔 5795만 배럴에 그쳤다. 부시 대통령도 1월 국정연설에서 "2025년까지 중동 석유 수입량의 75%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중동산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낮아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아프리카도 중동 지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지역인 만큼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으로 자리 잡기엔 위험 부담이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도 "지난달 유가가 배럴당 71.88달러까지 치솟은 것은 단순히 이란 핵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나이지리아 소요 사태 등 아프리카의 정정 불안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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