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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김오남·유진오 … 상처 입은 문단의 주변인을 달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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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민족문학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일정이 2일 발표됐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학인은 강경애.김오남.엄흥섭.유진오.이정호.이주홍.이하윤.조종현.최정희 등 9명. 12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들에 대한 문학심포지엄이 열린다. 문학의 밤과 서지집 발간 등 여러 행사도 이어진다.

문학제의 이름은 '주변에서 글쓰기, 상처와 선택'. 1906년생 작가들의 삶과 문학을 관통하는 주제어인 셈이다. 이들은 1931년 만주사변 전후 문단활동을 시작해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정점에 달했던 때 청년기를 보냈다. 김인환(고려대) 교수는 "강경애를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은 문단 주변부에 머물렀고, 친일문학과 카프 사이에서 상처를 받고 문학적 선택을 강요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되는 작가는 강경애(1906~1944)다. 한국문학사 최고의 노동소설로 꼽히는 장편 '인간문제'를 쓴 그는 일제 강점기를 대표하는 여성작가를 넘어 최고의 리얼리즘 작가라는 평까지 듣는다. 남.북 문단은 물론, 말년에 거주했던 만주 지역에서도 작품성을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작가다. 근자엔 그가 김좌진 장군 암살에 연루됐다는 주장마저 제기됐을 만큼 그에 대한 문단 안팎의 관심은 크다.

올해 심포지엄에선 그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이 등장한다. 김경수(서강대) 교수는 2일 배포한 발제문에서 "강경애가 가부장적 제도의 직접적 희생양으로서 여성의 존재를 문제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가부장적 세계관으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쟁 거리를 제공할 흥미로운 해석이다.

시조시인 조종현은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선친이며, 시조시인 김오남은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시인 김상용의 여동생이다. 두루두루 화제를 불러올 문학제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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