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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백미러 때문에…” 데니스 텐 살해 용의자 CCTV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데니스 텐 피습 괴한이 CCTV에 포착된 모습과 백미러 거울이 떨어져 나간 그의 차량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데니스 텐 피습 괴한이 CCTV에 포착된 모습과 백미러 거울이 떨어져 나간 그의 차량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데니스 텐(25)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세계 피겨팬들이 슬픔에 잠겼다.

19일 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선수 데니스 텐은 자신의 승용차 백미러를 떼어가려는 강도 두 명과 몸싸움을 하다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현지 언론들은 데니스 텐이 칼을 맞고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한 행인이 이를 신고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10여 군데 자상이 있어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언론은 이날 사고 직후 데니스 텐의 사고현장 인근 거리에 설치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한낮 길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 두 남성의 모습이 담겼다. 검은 티셔츠에 선글라스를 쓴 남성은 뒤를 돌아본 뒤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에 얹었고, 흰 티셔츠와 모자를 착용한 남성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영상에는 주변 차량에서 나는 경고음도 들린다.

두 사람이 데니스 텐을 사망에 이르게 한 이유는 차량 백미러 때문으로 전해졌다. 두 용의자는 이날 오후 3시쯤 알마티의 쿠르만가지-바이세이토바 거리에서 데니스 텐의 승용차 백미러를 훔치려 했다. 이과 정에서 그들은 데니스 텐과 난투극을 벌였고, 흉기로 데니스 텐을 찔렀다. 현지 매체가 공개한 데니스 텐의 차량 백미러는 거울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운전석 문 바깥쪽에 피습 흔적이 남아 있었다.

카자흐스탄 보건부 대변인은 데니스 텐이 병원 도착 3시간 만에 과다 출혈로 숨을 거뒀다면서 “불행하게도 그는 더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카자흐스탄의 내무부 장관과 보건부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휘하고 있으며 달아난 범인 두 명을 수배했다.

데니스 텐은 대한제국 시절 의병대장으로 활동했던 민긍호의 외 고손자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졌으며 ‘텐’이라는 성도 한국의 정 씨를 현지 문자로 표기한 것이다.

그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피겨 불모지 자국에 동메달을 안겼다. 데니스 텐은 올해 평창올림픽에도 출전했으며,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 소속이다.

데니스 텐은 김연아와 소치 올림픽 갈라쇼에서 함께 연기하는 등 한국 선수들과도 각별하게 지내왔다.

김연아는 20일 인스타그램에 “데니스 텐의 비극적인 소식을 들어 너무 충격적이고 아직 사실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데니스는 정말 성실하고 피겨스케이팅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였다”면서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스케이터를 잃어 너무나 슬프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생전 데니스 텐과 나란히 찍은 사진도 남겼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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