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들의수다] 고교논술방-차별과 평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올바른 평등은 아니다. 사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국토순례를 하는 모습.[중앙포토]

*** 학생 글: 이수정 (수내고 3)

개인차 고려 않는 평등은 '불평등'

(1) 흔히 사람들은 인간을 대함에 있어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평등은 공정한 것이고, 차별은 불공정한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평등이 언제나 공정함을 뜻하지만은 않는다. 자유경쟁이 도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가 정당히 구현되기 위해서는 평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2) 각 제시문은 모두 평등과 차별을 주제로 한다. (라)는 조선시대 인재등용의 차별성에 대해 언급한다. 조선시대에는 신분의 귀천에 따른 차별이 존재했다. 이는 예부터 인재가 드물었던 우리나라의 인재등용을 더욱 어렵게 하였고, 이 같은 차별적인 사회구조는 사회의 발전을 정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대 사회에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는 노동현장에서 여성들이 받는 차별문제를 지적한다. 오늘날 여성 근로자들은 임금이 낮고, 직업상 전망도 거의 없는 단순한 직종에 편중되어 있다. 이 같은 경향과 인식은 남성이 유리한 직업상의 위계구조를 형성하였고, 여성은 이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 남녀 차별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3) 반면 (나)와 (다)는 무조건적인 평등을 비판하고, 진정한 평등을 위한 '차별'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여기서의 '차별'은 (가), (라)에서의 차별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거기서 언급된 차별이 '부당한 대우'라면, 여기서 강조하는 차별은 '차이를 고려한 공정한 대우'를 뜻한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경쟁은 재능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재능이 있는 자들은 결국에는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의 연속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따라서 그들이 주장하는 평등, 즉 기회 균등은 "불평등해지기 위한 평등한 권리 및 기회"일 뿐이다. 그것은 오히려 불평등을 양산하는 모순을 낳는다. (다)는 (나)와 같은 관점에서 소수자 우대입학 제도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이는 개인의 차이를 고려한 차별적 대우를 정당화하는 제도로서, 개인의 진정한 평등의 실현을 가능하게 해 주는 구체적인 제도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4) 모든 인간은 동등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개인은 나름의 능력이 있고, 생물학적.환경적으로 다른 조건을 갖는다. 이러한 차이는 개인의 역량에서 격차를 나타낸다. 따라서 개인을 평등하게만 대하는 태도는 서로간의 차이를 간과하는 불평등한 대우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비슷한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과, 최고급 과외를 받는 학생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그들을 동등한 위치에서 인식하여 평등하게 대우한다면, 평등은 불평등을 낳아 가난의 대물림과 같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차이를 고려하는 차등적인 대우가 요구된다. 이는 복지사업이나 사회 다방면에서의 특혜로 보완될 수 있다.

(5) 평등과 차별은 양립할 수 없는 반의어의 관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을 위해 개인의 '출발선을 같게 하는 차별'은 진정한 평등의 발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따라서 개인은 타인을 나와는 다른 조건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여, 그들과의 차이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와 동시에 현대인은 사회 곳곳에 자리한 부당한 차별 역시 배척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평등사회로의 희망을 제시할 것이고, 이를 통해 인간은 모두가 공정한 대우를 받는 진정한 평등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 제시문 해설

출전 : (가) 앤서니 기든스 '현대 사회학', (나) 박호성 '평등론', (다) 장-린 티엔 '버클리에서 본 한 가지 견해', (라) 허균 '유재론' '성소부부고'

공통 주제를 찾으라는 유형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해력이다. (가)와 (라)는 여성 차별의 실상과 신분제 사회의 차별을 각각 비판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다)는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나)는 실질적 평등을 위해 경쟁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통 주제는 차별과 평등이라고 요약된다. 이번 주제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우므로 논의 구조를 잘 익혀두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결과의 평등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 사람은 더 많은 보상을 바라고 경쟁에 기꺼이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차별로 인해 경쟁 자체가 무의미해질 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요인 때문에 경쟁에 제약을 받을 때, 경쟁 규칙이 불공정하거나 불평등하게 적용될 때 등 여러 원인 때문에 불평등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결과의 차이가 외적 요인보다 자신에게서 비롯된 경우 말고는 불평등한 결과는 대체로 정당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 평등 또는 정당화될 수 있는 결과의 불평등, 곧 차이의 긍정이다. 차별을 제거하면서도 차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는 어떤 사람이 빵을 훔쳐야만 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조건을 개혁함으로써 빵을 훔친 죄를 처벌하는 법을 무력화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과제이다.

사안마다 구체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므로, 적절한 사례를 통해 다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 총평.첨삭

장애인 의무채용 인센티브처럼 구체적 예 드는 것이 더 좋아

중간고사 시기라 올라온 글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수정 학생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잘 짜인 구성과 적합한 사례로 좋은 글을 썼다. 서론의 문제의식은 훌륭하다. (2)와 (3)은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가급적 짧게 핵심을 언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면의 한계 때문에 줄여서 수록했지만, 특히 (2)가 많이 짧았어야 하며, 제시문의 구절을 너무 길게 가져다 쓰는 것은 좋지 않다. 결과적으로 전체 분량만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4)에서 든 사교육 문제는 좋은 내용이긴 하지만, 장애인 채용 의무 비율을 지킨 사업장에 조세감면을 해준다든지 하는 다른 사회 분야의 문제를 다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희소한 사례가 눈에 띄게 마련이다. 결론은 무난하지만 '출발선을 같게 하는 차별'이 진정한 평등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인지는 더 고려해야 한다. 출발선을 같게 한다는 말이 구체적 상황에서 무슨 의미인지 모호하며, 출발선이 같다 하더라도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요인들 때문에 경쟁 과정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결과의 불평등이 극심할 때 그 격차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더 좋은 결론을 위해서는 한 걸음 생각을 진전시켜 보기 바란다.

김재인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대표강사

*** 다음 주제는

고교생 대상 실전 논술코너를 격주로 운영합니다. 중앙일보 joins.com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고교 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유웨이중앙교육 오케이로직학원 김재인 대표강사가 첨삭지도를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논제와 관련된 제시문은 지면 사정상 '우리들의 수다' 고교 논술방에만 올립니다.

▶논제:제시문과 자료들에 공통된 주제를 찾아서, 그것이 지닌 사회.문화적 의미를 오늘날의 문제와 연관시켜 논술하시오. (1600자 이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