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리온 헬기 비행금지 오늘 풀릴 가능성…사고 원인은 아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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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17년 통합화력 격멸훈련에서 수리온 헬기가 특공대원들을 지상으로 내려주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정부 관계자는 18일 "비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었던 수리온 헬기 임무 복귀를 19일 결정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이날 오전 중에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육군은 18일 각급 부대에 배치된 수리온 헬기 90여 대 운항을 전면 중지했다. 17일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 추락 사고에 따른 안전 조치였다.

비행금지 수리온 이르면 19일 비행 복귀 #하루만에 비행 재개, 성급한 결정 논란 #17일 추락한 해병대 '마린온' 같은 계열 #기체 결함 가능성…추락 원인 찾지 못해

이 관계자는 "마린온은 수리온을 개조한 기종이라 둘 사이 차이가 있고,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 운항 중지는 성급하다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절한 사고조사 결과도 없이 불과 하루만에 비행 금지 결정을 번복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육군 수리온은 17일 추락했던 해병대 마린온과 같은 기종이다. 마린온은 수리온 기체에다 ▶해수방염를 처리하고 ▶로터 블레이드(헬기 프로펠러)를 접을 수 있도록 개조했으며 ▶장거리 통신용 무전기ㆍ보조연료탱크 등도 추가로 설치한 헬기다. 해병대도 마린온 운항을 중단했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대가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 착륙하고 있다. 이 중 2번 헬기가 이번에 추락했다. [사진 해병대]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대가 해병대 1사단 항공대에 착륙하고 있다. 이 중 2번 헬기가 이번에 추락했다. [사진 해병대]

정부는 일단 육군이 운용하는 수리온만 비행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 관계자는 "비행 재개 발표 시점과 주체를 두고선 내부 조율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와 육군 중 공식 발표 창구를 어디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국방부와 육군 모두 난처한 입장일 것"이라며 "상부에서 비행하기로 결정한 뒤 발표만 떠넘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수리온이 결함이 있었던 헬기라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점을 국방부에서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청와대 내에서) 오갔다"며 "안보실을 통해서 후속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후속 조치가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마린온 헬기 추락 관련 사진 [사진 고 박재우 상병 삼촌 박영진 변호사 페이스북]

마린온 헬기 추락 관련 사진 [사진 고 박재우 상병 삼촌 박영진 변호사 페이스북]

그런 가운데 수리온 조종사들 사이에선 "진동 저감 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헬기 로터 블레이드에 달린 장치로 진동을 줄여준다. 지난해 11월 경남 고성 시험비행 비상착륙 원인은 진동 저감 장치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병대가 18일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사고 당시 기체가 6~7초 동안 10m 정도 상승했다가 갑자기 날개 1개가 먼저 튀어 나가고, 곧이어 로터 블레이드 자체가 떨어져 나간 뒤 추락했다. 기체 결함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지난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원 안)이 용산 국방부 연병장에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성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연병장에 헬기가 착륙한 것은 처음으로, 수리온 을 보고 싶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원 안)이 용산 국방부 연병장에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성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연병장에 헬기가 착륙한 것은 처음으로, 수리온 을 보고 싶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수리온과 마린온은 헬기 구조에 차이가 있어 수리온 비행 재개를 결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다른 군 관계자는 "사고 기체는 17일 시험 비행에 앞서 프로펠러나 엔진 등은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며 "제조사 십여명이 진행했던 작업에 블레이드를 접는 과정도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고원인이 블레이드 접는 기능에 있다고 확정할 수 없고, 보다 명확한 원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 수리온 비행 재개 결정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요즘 말로 진실은 사고 원인을 아직은 모른다는 게 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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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업계 관계자는 "수리온은 수출을 앞두고 있어 정부 입장에선 기체 결함 논란을 진화해야 하는 고충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린온 사고 동영상 공개를 두고서도 고민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동영상이 자칫 여론의 예단만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유족을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동영상 공개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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