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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치료법 안 듣던 위암 환자, '면역 항암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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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치료를 위해 투여되는 약. [중앙포토]

암 환자 치료를 위해 투여되는 약. [중앙포토]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어려운 전이성 위암 환자에게 면역 항암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환자 유전체 특성에 따라 면역 항암제의 효과는 달라졌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위암센터 강원기ㆍ이지연ㆍ김승태ㆍ김경미 교수팀은 18일 면역 항암제 펨브롤리주맙의 위암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면역 항암제는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 암과 싸우는 힘을 길러주는 약으로, 기존의 화학ㆍ표적 항암제에 이어 3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연구팀은 국내 전이성 위암 환자 61명에게 면역 항암제 펨브롤리주맙을 투여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치료법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환자들이다. 펨브롤리주맙 투여 후 2년에 걸쳐 추적 관찰이 이뤄졌다.

면역 항암제의 위암 치료 효과를 입증한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사진 삼성서울병원]

면역 항암제의 위암 치료 효과를 입증한 삼성서울병원 연구팀. [사진 삼성서울병원]

그랬더니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환자의 절반 가까운 30명에게서 암세포가 줄어드는 게 확인됐다. 이 중 15명은 30% 이상, 5명은 75% 이상 종양이 사라졌다. 기존 항암제를 쓰지 못 하는 환자들이 면역 항암제로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는 의미다.

암 상황이 호전된 환자들의 공통점은 뭘까. 암세포가 줄어들 정도로 면역 항암제에 반응을 보인 환자는 ‘단백질’이 중요한 변수였다. 암세포 표면에 있는 PD-L1 단백질이 양성인 경우에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양성 환자들도 종양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메센키말 아형(EMT) 위암 환자는 PD-L1 단백질 양성 여부와 상관없이 면역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떨어졌다. 환자의 유전체 특성을 알면 면역 항암제의 효과 유무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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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향후 면역 항암제 반응도를 높이기 위한 신약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연구팀은 "치료가 제한적인 진행성 위암 환자에게 어떤 치료법이 얼마나 효과 있을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그에 맞춰 치료 전략도 세밀하게 짤 수 있다. 앞으로 환자 맞춤 치료를 가능케 해서 전이성 위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포스트게놈다부처 유전체 사업 지원을 받았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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